“시장성이 명확하지 않은 기술 개발을 지금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조선비즈가 7일 단독 입수해 보도한 포스코 내부 문건에서는 권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제철기술인 파이넥스(FINEX)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제철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포스코가 자랑하는 신기술이다. 권 회장은 파이넥스 공법으로 만든 제철소 등을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에 대해 이 문건은 “포스코 엔지니어들이 과대 포장해 온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고로 대비 제품 톤당 원가가 높고 대형고로 생산성의 80%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모 전 사장과 권 회장을 비롯해 파이넥스 연구, 개발에 관련된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파이넥스로 대형 고로를 대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시장과 기술에 대한 객관적, 합리적인 검토 없이 추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문건은 “지금은 대형고로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명확하게 나옴에 따라. 200만~300만톤 규모 해외 고로를 대체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1999년부터 시작된 파이넥스 개발에는 10조원 이상 투자(됐으며), 앞으로 파이넥스를 통한 예상수익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나, 현 경영진 체제에서는 이 같은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또 “파이넥스는 포항제철소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포스코가 수입하는 최상의 철광석과 코크스를 써서 조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항제철소는 광양제철소 대비 제품 톤당 원가가 6만원 높은데, 이는 파이넥스 2,3호 상용화 설비를 신설하면서 대형 고로를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제철소의 원가 경쟁력은 내년에는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건은 권 회장이 포스코의 장기전략 논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국내외 철강시장은 수요산업 침체로 10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마케팅 부문은 이에 대비해야 하는데 권 회장이 몇 년 후를 대비하는 전략 등을 원치 않으므로 장기전략을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강판의 경우 향후 1~2년은 버틸 수 있으나 그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중장기 플랜을 세워야 하지만 권 체제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권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리튬 소재 개발 등에 대해서도 “관련 기술을 모두 개발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개발할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시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권 회장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전략 담당 임원들이 재검토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권 회장이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현재 포스코 투자담당부서는 리튬기술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권 회장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인력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