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LG상사자회사로 편입된 물류업체 범한판토스가 올해 말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 입주한다. 이 덕에 지난 2013년 말 문을 연 이후 높은 공실률로 어려움을 겪던 전경련은 한시름 덜게 됐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는 올 12월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현재 입주해있는 서울 여의도동의 한 빌딩에서 400m 거리에 있는 전경련 회관으로 사무실을 이전한다. 범한판토스는 3개 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무 공간이 협소해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며 “임대료도 예전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무실로 쓸 수 있는 지상 48개 층(2개 층은 공조실로 사용) 가운데 8개 층이 비어있는 전경련 회관은 공실률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전경련은 여의도 63빌딩과 높이가 같고, 건물 내부 연면적도 거의 비슷한 규모로, 회관을 신축해 2013년 12월 개관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임대수익은 당초 예상 3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169억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지난해 1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재계 일각에서는 LG CNS,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가 대거 입주하면서 전경련 회관이 ‘제2의 LG그룹 사옥’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경련회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사용하는 임차인은 LG CNS(14개층)이다. 그 다음은 9개층을 사용하는 한화건설이다.

범한판토스가 입주하면서 LG그룹 계열사는 외부 임차인을 받는 44개 층 가운데 5분의 2 가량인 18개 층을 사용하게 됐다. 현재 전경련 회관에는 ㈜LG(LG(003550))의 자회사인 IT서비스업체 LG CNS가 14개층을, LG화학(051910)이 1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범한판토스까지 입주하면 LG하우시스와 LG전자(066570)시스템에어컨 사업부 등이 입주해 있는 IFC(국제금융센터) 빌딩보다 LG계열사가 더 많이 자리를 잡게 된다. 게다가 전경련 회관은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이 건물관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경련 회관이 제2의 LG사옥이 된 셈”이라는 이야기도 재계 일각에서는 나온다.

전경련 안팎에선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동업 관계를 유지해왔던 LG그룹이 계열사를 입주시키며 ‘배려’해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와 LG CNS 사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3년까지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맡았던 정병철 전 부회장이 역할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