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들이 그려 놓은 뉴타운 사업을 지우고 ‘도시 재생’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재개발 사업의 새 판을 짜고 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정해진 무리한 개발 계획을 접고, 사업지 지지부진한 곳을 중심으론 이미 출구전략도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뉴타운 사업도 도시재생사업의 한 축인 만큼 지역 특성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한 곳, 또는 소규모 마을 복원 등으로 개발하는 등 지역별로 탄력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 장기적인 평가와 주민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왕십리뉴타운 3구역의 과거 모습. 당시 시공사가 변경되는 등의 과정을 거쳤고 최근에는 분양까지 실시한 지역이다.

◆ “도시재생 범위 정확히 인식…탄력적으로 적용위해 장기적 분석 필요”

도시계획, 건축 관련 전문가들은 뉴타운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무조건적인 지구지정 해제 등으로 나타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모든 지역을 ‘오래된 도시의 기능 회복’에 국한해 진행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뉴타운과 같은 재건축·재개발 형식의 범위를 넓혀, 단순 주택 재개발보다는 오피스 지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뉴타운 지역은 개발이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상황을 살펴야 하고 주거지 재개발·재건축이 힘든 곳에만 도시재생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강북지역 도심 인접지역은 향후 주택시장 활성화 여부에 따라 재개발의 가능성이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진행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는 재개발·재건축, 도시재생 사업 등은 사업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타운은 재건축, 재개발, 재정비 등 범위가 넓고 사업기간이 길어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데, 사업성 평가에 서울시 입장이 많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뉴타운이 기반시설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측면을 인정하고,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출구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마찰 최소화가 관건”

출구전략이 필요한 경우 주민과의 마찰이 당장 문제거리로 떠오른다. 정부나 지자체는 도시라는 다소 거대한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당장 해당지역 주민들은 주거환경 및 재산 등과 직결된 문제로 보기 때문에 훨씬 더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에는 주민 설득을 위한 충분한 근거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무리하게 모든 재개발을 도시재생으로 전환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고,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주민들의 재개발 욕구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뉴타운사업은 사업성이 처음부터 부풀려진 곳들이 많았는데,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최근 2년 사이에 뉴타운 해제가 큰 흐름이 됐다”며 “뉴타운 ‘매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도 불가피해진 만큼, 이를 정확히 평가하고 매몰 과정에 따른 주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