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3강’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홈플러스의 인수전에서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일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와 매각 주관사인 HSBC증권은 7조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MBK파트너스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경쟁 후보였던 KKR-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칼라일 측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은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로 진행됐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금액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종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따로 입찰 기한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가격 경쟁이 진행되는 점에서 경매와 비슷한 특성을 띠고 있어 ‘경매 호가 입찰’이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테스코와 HSBC는 지난달 24일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을 마친 뒤 MBK파트너스와 KKR, 칼라일 등 세 후보들을 홍콩으로 불러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한 입찰 경쟁을 진행해 결국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MBK를 최종 인수 후보로 낙점했다.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올 초 진행된 KT렌탈(현 롯데렌탈) 매각에서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렌터카 사업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과 PEF들이 몰리자, 1차 본입찰이 끝난 뒤 매각 방식을 예정에 없던 프로그레시브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 7월 예비입찰을 통해 적격 인수후보군을 추려낸 동부익스프레스도 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 가격 경쟁을 통해 높은 금액에 회사를 팔 수 있어 매도자에게 크게 유리한 데다, 매각 주관사 역시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파는데 성공하면 거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앞으로 대형 M&A 때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 자주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과열 경쟁으로 인해 매각 가격에 거품이 끼고 새 인수자가 과도한 재무 부담을 짊어지게 돼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KT렌탈의 경우 당초 매물로 나왔을 당시 적정 인수 금액은 6000억원에서 7000억원 정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 방식을 프로그레시브 딜로 바꾸자,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 등 입찰에 참여했던 후보자들간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매각 금액은 크게 치솟았고, 결국 승자는 1조원 넘는 금액을 제시한 롯데로 결정됐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PEF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 MBK파트너스가 KT와 손잡고 KT렌탈을 인수할 당시 가격이 3000억원이었는데 불과 5년만에 같은 회사의 가격이 3배가 넘게 치솟은 셈”이라며 “만약 PEF나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무리하게 인수했을 경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돼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우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번에도 프로그레시브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경우 일부 인수 후보들은 입찰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프로그레시브 딜을 거쳐 거액에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데 대해서도 우려섞인 시선이 많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3.7%, 22.5% 감소하는 등 홈플러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MBK가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모아 인수했기 때문에, 향후 수익을 남기고 회사를 재매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PEF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레시브 딜의 부작용은 인수자 뿐 아니라 매각 대상 기업에게도 해당된다”며 “새 인수자가 지나치게 높은 인수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거액의 배당을 실시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