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막말과 기행에도 지지율 1위를 달리자,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꾸려질 내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G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이 지난달 "트럼프의 재무장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인물로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미국의 동맹은 북한'이라고 말하는 등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미 허핑턴포스트는 페일린을 트럼프 가상 내각의 부통령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내무장관으로 꼽고 있다.

워싱턴포스트·허핑턴포스트 등이 최근 소개한 가상 내각에 공통으로 이름이 오른 인물로는 페일린 외에도 애리조나주의 조 아르파이오 보안관이 있다. 아르파이오는 미 연방정부의 반대에도 불법 이민자를 가혹하게 단속한 인물로 애리조나주에서 불법 체류자를 체포하고 추방하는 데 앞장섰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국토안보부 장관, 허핑턴포스트는 검찰총장 후보로 올려놓았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일을 칭찬했던 점을 들어 로드먼을 가상 내각의 국무장관에 올렸다.

또 네바다주의 목장 주인 클리븐 번디를 가상 내각의 내무장관 후보로 꼽았다. 번디는 지난해 국유지 사용료를 내지 않고 가축을 방목한 것과 관련해 민병대까지 동원해 정부와 맞섰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전국적 인물로 부상했다. 트럼프의 단짝 친구로 알려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트럼프처럼 병역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국방장관 후보로 꼽혔다. 주지사 재임 때 공공교육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지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교육부 폐지를 공약했던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가상 내각의 교육장관 명단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딸이자 트럼프 그룹의 부회장인 이반카 트럼프를 가상 내각의 주택장관으로 꼽았다. 부통령 후보로는 트럼프가 지난 6월 출마 선언을 할 때 "오프라 윈프리는 최고의 부통령 후보이며 우리가 함께 나서면 대선 승리는 따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 점을 들어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꼽았다.

인기 있는 건강 토크쇼 '닥터 오즈쇼'의 진행자로 유명한 심혈관 전문의 오즈 박사는 보건장관 후보로 올렸다. 그는 대체의학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허핑턴포스트의 가상 내각은 정치 담당 기자와 교수가 다양한 블로거의 견해를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탁월한 인물과 최고의 협상가를 내각 후보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