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은 딱 맞는 말이다. 예전 군 생활했던 나이 드신 분들은 체험적으로 느끼고 있다."(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군대 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도 참아야하고 애인을 만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군 생활 전체가 인성교육이다. 이것이 곧 사람을 만드는 조직일 수 밖에 없다. 민간기업에서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되려면 군대를 가야 한다."(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일 주최한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 군 인성교육 혁신과 내실화를 위한 토론회"의 축사로 쏟아진 말들이다.

1953년 끝난 전쟁으로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된 뒤, 20세기 후반까지 우리 군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민간보다 앞서 있었다. 선진적인 제도와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인재들이 몰렸다. 김종필 전 총리는 서울대학교 사범대에 들어갔다가 육군사관학교로 재입학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군 통신병으로 복무하면서 자신의 통신업계의 기술적 기초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때 군 생활을 하면서 사회 생활의 토대를 닦은 젊은이들에게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말은 진실에 가까웠다.

21세기 들어 제도와 기술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민간이 군에 앞서고 있다. 병사들은 더이상 군에서의 경험만으로 사회에서 한 명의 몫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현역병들에게 자기 계발은 군용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닌 영어와 중국어 같은 어학공부다. 최고 성적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사관학교를 선택하지 않은지도 이미 오래다.

인성 교육에 있어서도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는 주장은 신화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어두운 기억과 상처를 안고 돌아온다. 아무리 애써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배우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 군은 지난해 육군17사단장의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다. 그러나 2015년 6월까지 재판이 끝난 군내 성범죄 94건 중 실형은 단 8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죄를 묻지 않는 기소유예, 선고유예, 공소권 없음(기각), 혐의 없음 등의 처분도 57건에 달했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군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다.

토론회 축사를 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제 아들이 군대 갔다가 지난주 제대했다. 제대한 다음 날부터 아침 9~10시까지 자고 자기 방도 안 치우고 군대 가기 전하고 똑같이 돼서 왔더라"며 "제대로 사람을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희미해진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라는 신화를 아직도 붙잡고 있는 여야 의원들과 군 생활을 하고 있거나 앞둔 청년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