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오픈빨(개업 효과)’은 없었다.”

유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효과가 기대 이하다. 대대적인 홍보·이벤트에도 불구하고 개점 첫 주말 장사가 주변 경쟁 업체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수도권 최대 연면적(23만7035㎡)이라는 매장 규모와 편리한 교통 여건까지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 흥행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주변 중소·영세 상인들도 ‘유통 공룡’ 개점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벌써부터 매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경쟁사들 “매출 타격 없어”

현대백화점(069960)판교점 오픈을 가장 경계했던 경쟁사는 AK플라자.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3㎞ 정도 떨어져 있어 상권이 겹친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AK플라자로선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점이 내심 불편했다. AK가 1층 광장을 ‘가까이 다가온 유럽’ 콘셉트로 새롭게 꾸미고, 전층 브랜드 구성을 개편한 것도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에 대비하려는 의도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과 수도권 남부 경쟁 점포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 후 첫 주말(8월 21~23일) 방문객 수가 11만명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오픈 주말 3일간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2% 준 정도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에 따른) 매출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분당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의 지난달 21~23일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 줄어 거의 변화가 없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사전 오픈이 시작된 19일부터 5일 동안 매출액을 계산하면 오히려 지난해 보다 5% 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명절 시점차이를 고려해 식품을 제외한 매출액을 계산해 보면 19~23일 5일 동안 매출액이 20% 증가했다”며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픈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죽전) 역시 매출액과 방문객수 변화가 거의 없었다.

◆ 매출 전망 불투명… 현대백화점 “중소상인 상생 모색 중”

향후 매출 전망이 현재로선 다소 불투명하다. 신규 점포 오픈 프로모션 효과가 사라지면 초반 매출 규모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판교점은 사전 오픈을 포함한 개점 첫 주말(8월 19~23일) 매출 181억원, 방문객 수 65만명으로 역대 현대백화점 오픈 기간 최대 성과를 올렸지만, 이 추세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보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연말 또는 내년 초 도심형 아울렛 2개점(동대문, 송파점) 오픈이 예정돼 있어 판교점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소상인들의 거센 반발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쟁 백화점들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것과 달리 주변 영세상인들의 매출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판교역 주변 식당 등 800여 점포 중소상인들로 구성된 ‘판교 상가 연합회’는 전날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에서 ‘공멸’을 뜻하는 상여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영세상인들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영업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생존권이 보장될 때까지 불매운동과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확산되거나 영업이 중단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반발이 길어질 경우 지자체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역대 현대백화점 점포 중 판교점의 오픈 초기 매출액이 가장 많았다”며 “내부적으로는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외적으로는 오픈 첫 주말 5일까지만 통계를 밝혔으나 현재도 매출 목표를 20% 초과 달성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식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판교점은 20%를 차지하고 있어 매출 안정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영세 상인들의 반발에 대해선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