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부터 예비 인가 신청이 시작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국내 첫 인터넷 전문 은행이 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전체 금융거래의 90% 이상이 지점 방문 없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은행마다 모바일 뱅킹 앱이 나와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 은행'의 탄생은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현금은 ATM기를 통해서만 인출 가능

가장 먼저 달라질 풍경은 '은행 지점'의 쇠퇴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계좌 개설부터 금융 상품 가입까지 모든 업무를 모두 인터넷으로 한다. 따라서 지점이 필요 없다. 과거에도 HSBC 은행의 '다이렉트 예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는 은행의 금융 상품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품도 처음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일단 지점을 방문해 신원 확인을 해야 했다.

인터넷 은행은 이것마저 없앤다. 화상 통화, 지문·얼굴 인식,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고, 가입 서류도 인터넷상에서, 혹은 모바일 앱을 통해 제출받는다. 모든 것이 인터넷 속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기존 은행도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은 그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이 없어지면 현금은 어떻게 인출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은행 지점의 현금인출기(ATM)나 지하철역 및 편의점의 ATM기를 통해 출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수료가 붙을 수도 있다.

예금 금리 오르고, 대출 금리 떨어지고

지점이 없어지면 은행 조직의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미국의 인터넷 전문 은행 앨리뱅크는 자산이 1015억달러(120조원)으로, 우리나라 SC은행(60조원)과 한국씨티은행(51조원)을 합친 수준이다. 그런데 직원 수는 775명으로 SC은행(5200명)과 씨티은행(3600명)을 합친 것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현재 은행의 인건비와 지점 운영비는 전체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만 줄여도 예금 상품의 금리를 끌어올리고, 대출 상품의 금리는 더 내릴 수 있다. 모든 거래가 인터넷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도 대폭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고객들이 기존 은행보다 더 유리한 금리, 낮은 수수료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사례를 보면 같은 수시입출금 예금이라도 인터넷 전문 은행들의 금리는 연 0.75~0.9%로 기존 은행의 연 0.06~0.11%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평소 생활 습관이 금리에 영향

인터넷 전문 은행의 출범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금융과 다양한 산업군의 본격적인 융합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를 보면 전자상거래, 가전·IT, 자동차,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뛰어들어 본업과 연관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쇼핑 내역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 습관, 인터넷 검색 내용 등 다양한 정보가 은행의 대출 심사나 금융상품 마케팅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급 통장에 들어오는 돈에 비해 사치품 소비가 많으면 신용도가 낮아져 금리가 오르고, 신차(新車) 검색을 많이 하면 새로 차를 살 계획이 있다고 보고 '자동차 대출'을 권유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KT·SK텔레콤 등 통신사, 인터파크·GS홈쇼핑 등 유통업체,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IT 업체들이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의 경제 활동, 생활 습관이 내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기존 은행 업무 대부분 가능할 듯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전자 화폐의 보급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IT업체와 은행, 신용카드사 등의 역할을 도맡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5~6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모바일 결제도 절차가 3~4단계 정도로 단순해진다. '○○포인트' '○○머니'를 충전하는 것도 복잡한 인증 과정을 줄여 단번에 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인터넷 전문 은행에서도 예·적금과 대출, 펀드·보험 판매 등 기존 은행의 업무를 대부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관련 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그 업무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정할지가 큰 관심사다.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에 뛰어든 기업들은 물론, 이들에게 시장을 일부 내주게 될 기존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안세륭 연구위원은 "기존 인터넷·모바일 뱅킹과 차별화된 영업 전략 없이는 생존하기가 힘들다"며 "해킹·바이러스 등 금융 사고로 인해 신뢰를 잃을 리스크(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출범 후 고객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2~4년 이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