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 한국을 세계 5위의 임상시험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나선다. 국내에 흩어져있는 임상시험 관련 정보를 하나로 모으고, 신약 임상시험 진행시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는 31일 서울 마포구 KPX빌딩 15층에 임상시험 혁신센터를 열고 향후 5년 간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시험은 신약을 허가하는 단계에서 동물이나 인체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임상시험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의 핵심영역이자 필수과정이며, 개별 국가는 자국민이 희귀난치성 질환의 신약을 빠르게 수용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시험 허가건수는 해마다 늘어 세계 10대 임상시험 강국으로 꼽힌다. 한국의 임상시험 시장은 9919억원으로 최근 4년간 14.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임상시험 총 규모의 국가순위는 2007년 세계 19위에서 2013년 세계 10위로 가파르게 뛰어 올랐다. 이 중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 점유율은 세계 7위에 이른다. 서울의 단위 도시 순위로만 보면 서울이 2007년 12위에서 2013년 1위를 기록했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만큼, 국가 제약산업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알려져있다. 임상시험은 미국, 독일 등 신약개발에 강점이 있는 상위 5개국이 전체의 46.7% 이상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의 임상시험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전국으로 확대되지 못했다. 한국은 10대 임상시험 강국이지만 점유율은 약 3%에 불과한 상태다.

임상시험산업본부는 한국의 임상시험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로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을 꼽았다. 주요 국가 임상시험 비용을 보면 영국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타이완 88, 브라질 80, 폴란드 75, 러시아 75, 인도 39, 중국 37 등인 반면 한국은 95에 이른다. 호주 138, 미국 127 등도 비용이 높긴 하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국가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복지부와 의학계는 임상시험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세계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규모는 143조원이며, 임상시험 시장 규모는 73조5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의 수요 증가와 신흥국 시장 확대로 임상시험은 연평균 2.4% 성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 세계 임상시험을 유치하고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확대를 위해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한다. 이전에는 모두 제약회사가 부담해 제약회사들이 기피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의 신약이 국내 환자들에게 빠르게 도입되는 혜택이 없었다.

복지부는 올해 6월부터 신약을 처방하는 연구자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시작했다. 추후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통해 임상시험 전체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난치성 질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를 보다 확대하고, 신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또 이날 설립한 글로벌 임상시험 혁신센터는 임상시험 산업 정보를 하나로 통합한 임상시험산업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을 맡는다. 한국에 임상시험을 의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임상시험 과정이나 진행상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제약회사는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받거나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과정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다른 나라들이 임상시험 유치를 위해 이득을 주는 것을 참고했다. 대만은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하면 약가에 10% 가산을 준다. 일본은 임상시험 거점병원 30개, 핵심병원 10개, 핵심글로벌센터 5개 등에 선정해 글로벌 임상을 지원한다. 중국은 내수시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 신약 전단계의 연구는 무조건 자국에서 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은 국가적으로 임상시험 참여를 권장하고 국가 주도의 임상시험 네트워크가 활성화됐다. 미국도 식품의약국(FDA), 국립보건원(NIH) 등이 참여해 임상시험의 질과 효율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임상시험이 늘어나면서 부각될 수 있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안전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건강한 1상 임상참여자는 3개월 이내 중복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안전성 인증을 받게 하고, 필요한 교육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신약 개발을 많이 하는 제약회사에 혜택이 가고, 국민이 신약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이 임상시험의 강국으로 도약해 제약산업의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은 “임상시험은 질병의 고통을 줄여주면서도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필수요소”라며 “급변하는 임상시험 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임상시험산업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