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환율 경쟁력에 힘입은 일본·유럽 기업들의 맹공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성장세를 보이면서 선전(善戰)을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티브 뉴스 등을 인용해 최근 발행한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고서에서 국내 부품 5개 사가 모두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보여 국가 순위 4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1위는 일본으로 전년보다 1개 업체가 증가한 30개 사가 선정됐다. 미국은 전년보다 2개 업체가 증가한 25개 사가 선정돼 2위, 독일은 전년보다 1개 사가 줄어든 18개 사로 3위를 차지했다.

국내 5개 사 모두 매출 상승

이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꾸준한 기술 개발로 국내 완성차 업계 납품에만 매달리지 않고 꾸준히 수출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2010년 11억7000만달러였던 해외 완성차 업게 수출 실적이 2014년 28억30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과 공조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인 'ICS(integrated center stack)'가 효자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진화함에 따라 ICS 수출이 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일부 업체만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현대모비스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등을 생산하는 PSA그룹과 220억원 규모의 ICS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274억달러(약 32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하면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등이 매출과 함께 순위가 올랐다. 만도만 실적은 전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순위는 2단계 떨어져 45위를 기록했다. 만도 역시 포드, FCA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 수주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현대·기아차 40%, GM·포드 등 북미 자동차 브랜드 20%, 중국 현지 자동차 브랜드 20%, 유럽 및 기타 자동차 브랜드 20%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부품업체… 안전 기술 강화

보고서는 최근 부품업체들이 첨단 안전 기술을 적용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상위 10개 부품사 중 보쉬, 마그나, 콘티넨탈, 덴소, 모비스, ZF 등 6개 사가 이 부분에 주력하고 있다.

보쉬의 경우,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부문 매출이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 분야 엔지니어를 700명 충원해 현재 총 2000명을 투입하고 있다. 업계 9위인 독일의 ZF는 지난해 9월 센서와 운전자 지원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미국의 TRW를 인수해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원천 기술을 획득했다.

중위권 업체 중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주(主) 종목인 스웨덴의 오토리브(22위)도 2008년부터 안전 기술 분야 확보를 위한 소규모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2008년 스웨덴의 센서 전문 기업인 타이코일렉트로닉스를 사들인 데 이어 최근까지 4번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