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고가(高價) 업무용 차량 구매를 조장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중저가(中低價) 업무용 차량을 쓰는 중산층·소상공인의 부담을 더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6일 공개한 '세법(稅法) 개정'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구입·유지비의 50%를 경비로 처리해주고, 나머지 50%는 운행 일지(日誌)를 확인해 업무용으로 사용한 비율만큼 공제해주는 게 주요 골자이다.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업무용 차량 가격 제한에 대해서는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업무용 차량 가격 제한은 미국·독일·캐나다 등 상당수 선진국도 채택하고 있는 만큼, 기재부의 논리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주도했던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8일 본지 통화에서 "다음 주 중에 국산·수입차를 불문하고 업무용 차량 비용 처리 상한선을 3000만원으로 하는 내용의 법인세 및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조세 정책은 상대국 주권(主權)으로 간주하는 게 국제사회 관행"이라며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 적용하는 가격 제한은 통상(通商)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조만간 '업무용 차량에 대한 가격 제한제 도입'을 위한 국민 입법 청원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권태환 경실련 간사는 "정부는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안을 실시할 경우 불공평한 세제 혜택이 그대로 존속되거나 오히려 더 커진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임직원 전용 보험에만 가입하면 2억5000만원짜리 고급차는 5년간 세금 6766만원을 아낄 수 있다. 반면, 1600만원짜리 엑센트 차량은 같은 기간 절세액이 726만원에 불과하다.

정부 개정안이 값싼 업무용 차량을 쓰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더 키우는 것도 문제점이다. 임직원 보험 가입에다 운행 일지 작성 의무를 새로 부과해 차량 운행이 업무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 못 하면 연간 300만~400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생계형 차량 운행자를 위해 차량 구입비 3000만~5000만원 이하는 지금처럼 전액(全額) 경비로 처리해주고 그보다 비싼 차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