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을 추진 중인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1조3000억원 가량을 배당으로 챙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행하는 방안을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등 사모펀드(PEF)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가 미리 배당으로 돈을 챙겨가는 만큼 인수 대금도 감안해서 써 내라고 제안한 셈이다.

현재 홈플러스 예상 매각 금액은 7조원대로, 실제 배당이 이뤄지면 5조원대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홈플러스 배당은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상법 제462조에 따르면 이익배당 한도는 순자산(자산-부채)에 자본액·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인데, 2014년 기준 홈플러스의 이익잉여금(자본금을 초과한 순자산)이 1조568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1조3000억원대의 배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올 2월 말 기준 보유 현금이 264억원에 불과해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하려면 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홈플러스는 이미 이익잉여금을 물류센터 건립, 신규 점포 개장 등에 대부분 투자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회사 재무구조까지 악화시키는 무리한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입 규모가 커지면,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홈플러스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전망이 불투명한 조건에서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정리해고·구조조정·분할매각 등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1990년대 말 국내 유통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물론 투자 원금은 대부분 회수한 상태다. 홈플러스에서 지금까지 회수해간 금액은 상표사용료와 배당금 2000억원, 회사채 이자 수익 9000억원 등 1조1000억원에 이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서는 영국 테스코가 주도하고 있어 한국 홈플러스에서는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KKR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테스코 측은 9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홈플러스 매각을 연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