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27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신형 스포티지'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5년 만에 나온 4세대 모델이다. 1993년 도심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등장한 스포티지는 올 상반기까지 22년 동안 350만대 이상 팔린 기아차의 대표 차종이다. 정락 현대·기아차 부사장은 "스포티지는 기아차의 혁신과 진보를 상징하는 대표 모델"이라며 "올해 말 해외 시장에 출시해 혼다 CR-V, 폴크스바겐 티구안 등과 정면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4세대 스포티지 공개 "해외서 혼다 CR-V 등과 정면승부" - 기아자동차가 2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 기아디자인센터에서 스포티지의 4세대 모델인 'The SUV, 스포티지'를 공개했다. 사진은 디자인센터 내 품평장에 4세대 모델(오른쪽)과 기존 모델들이 함께 전시돼 있는 모습이다.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苦戰)하던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대반격에 나섰다. 수입차 공세에 밀리던 국내 시장에서는 '베스트셀링 카' 신모델을 투입해 '내수(內需) 점유율 70% 탈환'을 노리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해외 同時多發 반격

현대차는 이달 26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준(準)중형 세단인 '신형 아반떼'의 사전(事前) 계약을 받고 있다. 아반떼는 1990년 출시 후 지난해 말까지 단일 차종 최초로 국내외에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현대차의 상징적인 차량이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다음 달 초 출시되는 신형 아반떼는 5년 만에 나오는 6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라며 "신형 아반떼는 동급(同級) 최고의 안전·편의 사양으로 국내 최고 준중형 세단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 탈환을 목표로 올 연말에는 최고급 세단인 에쿠스의 완전 변경 모델도 내놓는다.

해외에서는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인도에서는 지난달 21일 현지 시장에 맞게 특화한 전략 SUV '크레타'를 출시했다. 출시 전 사전 예약이 1만대를 넘었고, 지난 한 달 동안 팔린 차량 대수도 6783대에 달한다. 현대차 인도법인 관계자는 "주력 차종의 선전(善戰)으로 올 들어 7월까지 인도 시장 판매 대수가 1년 전 대비 10.1% 늘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을 제외한 인도·브라질·러시아·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 1년 전보다 모두 점유율이 높아졌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아온 환율이 반전(反轉)하고 있는 것도 낭보(朗報)이다. 중국 위안화 절하와 미국 달러 강세 속에 원화가 약세를 유지하면서, 그 반사 효과로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수익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 상승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은 각각 7%, 10%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 중인 투싼ix(현지명 ix35)와 싼타페의 가격을 각각 2만위안(약 364만원), 8000~3만위안(약 145만~546만원) 인하했다. 현지에 특화된 신차(新車)도 출시한다. 다음 달 5일 시판되는 '신형 투싼'과 올 하반기 예정된 '신형 K5', '신형 스포티지'로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R&D 강화 통한 新車 경쟁력이 관건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찮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 1·2위인 폴크스바겐GM은 올 2분기에만 자동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내렸다.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도요타는 미국에서 판매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빌 페이 도요타 미국법인 부사장은 "고객들이 차량 구매를 위해 영업점에 머무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게 목표"라며 "영업점에서 차량 판매는 물론 자동차 구매를 위한 금융·보험·통신 서비스까지 원스톱(one stop)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기업 간의 '죽느냐 사느냐'를 둘러싼 무한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기아차가 중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아직도 미흡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서 신차의 품질과 디자인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