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독자 개발한 3D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013년 최초로 내놓은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좁은 평면 위에 더 많은 회로를 집어넣는 기존 기술 대신 평면인 회로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전 반도체가 1층짜리 주택이라면 3D 낸드는 48층(48단 기준)짜리 아파트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은 면적 위에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3D 낸드는 기존 낸드 플래시 메모리보다 전력 소비량이 약 40% 적다. 제품 수명도 최대 10배 더 길다. 데이터를 쓰는 속도는 2배 빠르다. 같은 원재료(웨이퍼)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양도 거의 2배 많다. 고성능 서버용 컴퓨터 등에 탑재되는 배경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256기가비트 3D낸드 플래시.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25일 앞으로 10년간 46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은 그간 약점이었던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쓰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분기 기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내로 36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중으로 트리플레벨셀(TLC) 기반 48단 제품도 개발을 마치고 내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위 마이크론은 TLC 기반의 384기가비트 3D 낸드플래시를 인텔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수직 적층 기술이 아닌 평면형 제품에 쓰이는 플로팅게이트(FloatingGate) 기술을 활용했다. 3위 샌디스크와 일본 도시바는 지난 5일 공동 개발한 256기가비트 4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소량 샘플을 제공한다고 한 지 4개월 만이다. 이 제품 역시 TLC 기반이다.

3D 낸드에 대한 수요는 이전 낸드플래시보다 많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는 3D 낸드 시장 성장률이 반도체 업계 평균인 35∼40%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3D 낸드에 대한 수요가 올라온 것은 원가 경쟁력이 강화된 점도 한몫한다. TLC와 48단 적층 기술을 활용하면 칩 하나에 256기가비트, 즉 32기가바이트(GB) 용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3D 낸드의 용량과 원가가 이전의 평면형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왔다는 얘기다.

국내 사립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3D 낸드는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들과 2년간 기술격차를 벌리며 홀로 과실을 따먹던 시장"이라며 "고부가 3D 낸드의 2위를 선점하기 위한 후발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