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의 블랙홀(Black hole)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탐욕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이름도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의 구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더라도, 다른 차원의 우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 블랙홀에 다른 출구가 있다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우주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5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기술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블랙홀은 영원한 감옥이 아니며 빠져나오는 출구가 다른 차원의 우주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별들은 내부의 연료를 소진하고 나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 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과학자들은 블랙홀 내부로 들어가면 어느 순간 벽과 같은 경계면이 나타나는데, 이 벽을 넘어서면 블랙홀에 완전히 갇힌다고 생각해왔다. 이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이벤트 호라이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블랙홀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물질은 블랙홀 내부에 들어가더라도 사건의 지평선만 통과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있지만, 물질의 정보는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갇혀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정보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질량, 입자의 위치 등을 뜻한다. 하지만 그 정보가 블랙홀 내부에 갇힌 뒤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인터스텔라’에서 우주선‘인듀어런스호’가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호킹은 이날 "블랙홀에 빠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라"면서 "블랙홀에 들어간 물질의 정보는 두 가지 경로로 블랙홀을 빠져나온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정보가 물질과 함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사건의 지평선 위에 쌓였다가 다시 블랙홀 입구로 나오는 것이고, 둘째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뒤에 블랙홀의 반대쪽에 있는 다른 차원의 우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호킹의 주장대로라면 블랙홀은 서로 다른 차원의 우주로 이어져 있다. 입구는 우리의 우주에 있고, 출구는 다른 차원의 우주에 있다는 뜻이다.

정보가 블랙홀을 빠져나간다면 사람이나 물건도 블랙홀을 통과해 다른 차원의 우주로 여행할 수 있을까. 물질은 블랙홀 내부의 엄청난 중력 때문에 산산이 부서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람이나 우주선이 블랙홀 내부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호킹 역시 이날 "나 같으면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킹이 이런 이론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는지, 아니면 단순한 아이디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