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금이 벤처 업계에 많이 풀리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박정서 한국벤처투자 엔젤투자본부장)

“‘사고’를 방지할 게 아니라, 사고를 치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무너지는 기업은 알아서 재생하도록 두는 것이 옳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이사)

“문제를 일으키는 창업가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정부는 경직된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창업가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긴 어려울테니 그 대신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

20일 오후, 제주 이도2동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2015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벤처기업 생태계의 특징과 한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벤처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고, 문화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미국·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의 한계를 짚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됐다.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동안 제주 이도2동 ‘제주벤처마루’에서 진행된다.

컨퍼런스 첫날에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비롯해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박정서 본부장,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이사·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 등이 연사로 나섰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이사,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 김원태 록앤올 대표이사, 박정서 한국벤처투자 엔젤투자본부장,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왼쪽부터)

◆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개방성 필요해”

임정욱 센터장은 선진 스타트업 시장 대비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 중 하나로 ‘다양성 결핍’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벤처 기업에게 밥까지 떠먹여줄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한편, 해외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 편하게 뭉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베를린의 벤처 기업에서는 미국·영국·루마니아·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며 “이 외에도 거의 모든 스타트업 관련 행사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 해외 인재들이 들어와 일하는 데 있어 위화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전체 인구 대비 벤처 기업가 수가 가장 많으며, 국민들의 영어 실력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독일과 이스라엘 모두 글로벌 시장에 ‘열린’ 생태계가 확립돼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창업가 도덕적 해이 문제” vs “통제하려는 문화가 문제”

벤처 창업가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모태펀드 운용 기관 한국벤처투자의 박정서 본부장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벤처 생태계 전반에 안 좋은 문화가 형성될 여지가 있다”며 “건전한 시장 구축을 위해 벤처의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강한 법적 규제를 들이대고 잘못되면 책임지라고 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옳지 못한 방향”이라며 “오히려 너무 조심스럽게 통제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문화적인 요인에서 한국 벤처 생태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는 창업가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미국에는 IPO할 때 창업가 지분이 10%를 넘는 회사가 드물다”며 “그만큼 지분을 많이 내놓더라도 좋은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태 록앤올 대표는 벤처보다 대기업에 유리하게 돼있는 계약 조항들을 좀 더 공정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벤처기업에서는 그 조항을 변경할 만한 힘도 별로 없고, 법적인 지식도 많지 않다”며 “이 부분에 있어 공정성이 보장돼야 벤처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회사)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이사는 현행 법이 액셀러레이터에 불리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 대표는 “액셀러레이터가 별도 펀드를 조성할 수 없어 자기 계정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엑시트(투자금 회수)해서 수익금을 나눠가질 때 배당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