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深圳)의 류청(29)씨는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 출신의 청년 창업가다. 입사 6년차이던 지난해 회사를 나와 피트니스센터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업체 '하오젠(好健)'을 차렸다. 그는 "텐센트 입사 동기가 86명이었는데, 그중 70명이 나와서 자기 회사를 차렸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라며 "스마트폰·모바일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지금이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창업의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는 지난해 총 365만개, 정확히 하루 1만개꼴로 새 기업이 탄생했다.

일본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있는 노무라증권 강당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면 사람들로 가득 찬다. 자기 사업을 소개하려는 젊은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 창업자와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나 대기업 관계자들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창업 지원 기관인 토마스벤처서포트 관계자는 "이런 행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최근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라고 했다.

中 창업박람회장 가득 채운 열기 -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지난 6월 열린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 박람회 ‘테크크런치’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이 중국의 창업 트렌드와 전망을 소개하는 콘퍼런스를 듣고 있다. 중국 각지에서 1만여명의 예비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몰렸고, 콘퍼런스가 열린 대형 홀은 1000여개의 자리가 모자랄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과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의 변두리인 13구에선 민간 자본으로 스타트업 1000개를 입주시키기 위한 3만3000㎡ 면적의 초대형 사무 시설이 지어지고 있고, 베를린 장벽이 있던 독일 베를린의 미테(Mitte) 지역에는 500여개의 IT 벤처 기업이 밀집한 독일판 실리콘밸리 '실리콘 알레(Silicon Allee)'가 등장했다.

세계 각국이 차갑게 식어 있는 경제를 데우기 위해 창업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린 중국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도에 보수적인 일본과 혁신의 불모지(不毛地) 취급을 받던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연례 보고서(GEM)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사이 각국의 창업 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초기단계 기업 활동(TEA)'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미국 경제통계청 조사에서는 2002년 이후 세계 경제의 고용이 대부분 창업 5년차 이하의 신생 기업들이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오히려 전체 고용을 갉아먹었다.

이러다 보니 각국 정부도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프랑스는 해외의 창업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창업 비자를 따로 만들어주고 창업 자금과 공짜 사무실까지 제공할 정도다. 그야말로 국가 간 '창업 전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정환 국민대 교수는 "하이테크 창업은 시장과 기술, 인재, 투자가 국경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글로벌한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창업 경쟁은 결국 국제전(國際戰)의 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