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스마트폰으로 서비스하는 '네이버 지도' 앱(응용프로그램)에 지난달 큰 변화가 생겼다. 서울 코엑스, KTX역, 고속터미널, 인천국제공항 등 전국 328개 대형시설의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실내 길안내' 기능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대형 건물의 실내 배치도가 스마트폰에 나타나기 때문에 낯선 장소에서도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등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네이버 지도 앱이 제공하는 인천공항 위치와 내부 모습. 지도 서비스는 길거리뿐만 아니라 대형 건물 실내 정보까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도가 길거리를 벗어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용 각종 지도 앱은 골목 구석구석에 이어 지하와 고층건물의 내부까지도 안내한다. '길 찾기' 위주에서 벗어나 맛집·쇼핑정보, 실내공간 안내 등으로 지도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통신사나 인터넷 업체 서버 컴퓨터에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어디를 자주 다녔는지, 어떤 가게를 자주 찾았는지에 대한 위치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쉬워졌다.

스마트폰 지도, 실내도 길 안내

네이버 지도 앱은 경기도 광명에 있는 대형 가구 매장 '이케아'의 2층 어디에 욕실 제품이 전시돼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백화점 내부를 샅샅이 촬영한 사진까지 제공한다. 김인오 네이버 지도셀장은 "도시인들은 이미 복합 건물이나 지하공간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쇼핑몰 사업자들과 제휴해 실내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공동 구축하고, 고객의 쇼핑 행태 및 이동 경로를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지도 서비스가 단순히 위치와 건물 정보만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실내 정보 등을 덧붙여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T맵'을 제공하는 SK플래닛도 실내 지리 정보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이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GPS(위치정보시스템) 위성 신호가 잡히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된다. 하지만 자기장 기술을 이용하면 실내 위치를 측정할 수 있어 대형 건물의 지하 주차장 등에서도 길 안내가 가능해진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사용자가 걸어서 이동할 때도 복합 쇼핑몰의 각 층별로 서로 다른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신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지도에 실내 공간 정보를 추가해가는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중국 포털 바이두는 지난해 베이징(北京)의 실내 지도 앱 업체 오토내비를 인수했다. 또 자기장의 변화로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보유한 인도어 아틀라스라는 핀란드 기업에 1000만달러를 투자해 건물 내부 지도 서비스에 활용하기로 했다. 알리바바의 지도 앱인 'A맵'은 주요 상업용 건물 2000여곳의 내부 통로 도면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 지도가 돈이 된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도 앱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동영상 앱에 이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각 업체는 지도를 이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도와 함께 제공되는 쇼핑이나 맛집 관련 내용은 정보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여러 사람이 실제로 가봤다'는 증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지난 13년간 T맵을 운영하며 쌓아온 1800만 회원의 길찾기 정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인기 맛집·여행지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 인터넷·모바일 검색 결과의 경우 광고성 정보가 많지만, T맵 정보는 특정 장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는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더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허준 연세대 교수(토목공학)는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모든 정보가 지도 서비스와 결합하고 있다"며 "초고층 건물이나 지하 공간 실내 정보까지 제공하면 지도 서비스의 정확도와 편의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