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국내 상장 기업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 산업을 이끄는 ‘전차(전자와 자동차)군단’의 부진은 뼈아팠다.

그나마 유가증권시장 매출의 1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셈이다.

불황 속에서도 빛나는 업종은 있었다. 증권업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314%, 480% 증가했다.

◆ 매출 줄고 순이익도 줄어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70개사 가운데 비교 가능한 506개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823조453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64조1729억원보다 40조7194억원(4.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소폭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었다. 영업이익은 52조37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8조8220억원)보다 3조5483억원(7.3%) 늘었다. 순이익은 37조9130억원으로 5406억원(1.4%) 줄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39조49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2%(6조3471억원) 증가한다. 순이익도 27조5349억원으로 11.8%(2조9065억원) 늘어난다. 다만 매출은 4%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전기가스(1912.67%), 의료정밀(215.77%), 화학(61.64%), 의약품(13.37%) 등의 흑자폭이 크게 늘었다. 반면 운수창고와 건설은 적자로 돌아섰다.

◆ ‘전차군단’ 끝이 안 보이는 부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부진이 전체 상장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95조6554억원으로 매출액 100조원 벽이 깨졌다. 지난해 상반기 106조285억원와 비교해 9.7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조8773억원으로 17.85% 줄었다. 순이익 역시 10조3781억원으로 24.93%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이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전략폰으로 갤럭시노트5 및 갤럭시S 엣지 플러스를 출시했으나 애플도 9월 신제품을 발표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둔화로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수출주의 양대 산맥인 자동차도 상반기 실적을 끌어내리는데 한몫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액은 43조764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조3278억원으로 17.06% 감소했다. 순이익도 3조7737억원으로 13.8% 줄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중국 시장의 현대차 자동차 판매 감소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증권업, 흙 속의 진주로 재탄생

올해 상반기 가장 우수한 실적을 낸 업종은 증권업이다. 금융업종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36.3%, 당기순이익이 42.2% 늘었는데, 증권업만 따로 떼어내고 보면 영업이익이 314.9%, 당기순이익이 480.4% 증가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05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8.34% 증가한 것을 비롯해 KDB대우증권(2961억원·135.77%), 삼성증권(2862억원·539.99%), 메리츠종금증권(2295억원·175.71%) 등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229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상반기 주식거래 증가에 따른 수탁수수료(브로커리지) 수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이 개선되면서 증권사들의 전체 이익 규모가 크게 늘었다”며 “채권 운용 관련 손익도 방어를 잘 하면서 전문가들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