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수퍼카를 법인 명의의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한 뒤 자녀 통학용 같은 사적(私的) 용도로 쓰는 개인 사업자들과 일부 대기업 오너들이 있다. 이는 정부가 아무리 비싼 업무용 차량이라도 톨게이트비·기름값 등을 포함해 전액 경비(經費)로 간주해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퍼카 천국(天國)'이 된 데는 이런 세제(稅制)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1억원 이상 수입차 총 1만4976대 가운데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83%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6일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상한선(上限線)을 두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상한선 신설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자국 자동차 메이커가 있는 나라들은 '통상 마찰' 우려 때문에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입차와 국산차 모두를 상대로 구입 가격에 대해 상한선을 두는 것이 왜 통상마찰 대상이 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조세 정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구입·유지비 가운데 50%까지 경비 처리해주고, 나머지 50%는 운행일지를 확인해 업무용 사용 비율만큼 경비 처리해 준다는 게 골자다. 회사 로고를 부착한 차량은 운행일지 없이도 100% 경비로 처리해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 권순조 입법조사관은 12일 "직원인 운전기사가 경영진 자녀 통학에 사용할 경우 이를 (경비 처리에서) 배제할 수 없으며 보험 가입 후 경영진이 사적(私的) 용도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도상의 허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부 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부유층보다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차량 가격에 관계없이 구입·유지비를 동일한 비율로 비용 처리를 해줘 비싼 차를 살수록 오히려 절세(節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 탓이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전면 재개정해 훼손된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