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 내년 목표로 출시 추진...금융당국 허가가 관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Bitcoin)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국내에서 출시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7일 “비트코인 ETF를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별도 발행사 없이 ‘P2P(Peer to Peer∙다자간 파일공유)’ 방식으로 이용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온라인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사이트에서 계좌를 만들어 낮은 수수료에 실시간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국가별 통화정책에 기반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신원 불상의 인물이 만들었다.

해외에선 스웨덴이 지난 5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상장지수채권)을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는 세계 주요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산출되는 가격지수를 종합해 비트코인 수익률을 따르는 상품이다. 하지만 ETN은 증권사가 채권 형식으로 만들어 상장한다는 점에서 운용사가 펀드로 만들어 상장하는 ETF와 형태가 다르다.

국내에선 10여개 비트코인 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korbit)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해 그 지수를 따르는 ETF를 기획 중이다. ETF를 한국거래소(KRX)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비트코인의 혁신성과 독창성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팀장은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특정 증권사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스와프(교환) 계약을 맺는 합성ETF 형식이다”며 “증권사가 자기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뒤 얻는 수익률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2012년 중순만 해도 1비트코인당 5달러에 불과했다. 2013년 들어 독일이 공식화폐로 인정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던 벤 버냉키까지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말하면서 2013년 12월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14년 2월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일본의 마운트곡스가 비트코인 대량인출로 파산하고, 올해 초 슬로베니아 거래소 비트스탬프가 해킹을 당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240달러까지 급락한 뒤 횡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은 조금씩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선 최초로 합법화된 비트코인 거래소가 설립됐다. 비트코인계 큰손 윙클보스(Winklevoss) 형제는 올 초 “비트코인은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이 형제는 하버드대 동창인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 페이스북 창업주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창업했다며 소송해 이긴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 비트코인 ETF가 탄생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의 허가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한국거래소는 “비트코인은 가격이 신뢰할 만하게 형성되는 시장인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외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ETF 출시의 리스크(위험요인)로 지적된다.

☞ 비트코인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이름으로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가상 화폐이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 혹은 단체가 기존 화폐 시스템의 대안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시되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이 생성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