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이 화면 크기 5.5인치 이상 대화면(大畵面) 제품들의 경쟁으로 달아오르게 됐다.

삼성전자가 먼저 5.7인치 화면 크기의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 신제품을 선보이자, 중국 샤오미(小米)가 같은 날 5.5인치 화면 크기의 '레드미(redmi) 노트2'를 공개했다. 애플은 다음 달 중 아이폰6 플러스의 후속인 '6S 플러스(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모두 기존 제품을 크기나 디자인, 성능 면에서 조금씩 개선한 개량형 신제품들이다. 뚜렷한 혁신 포인트를 찾지 못한 스마트폰 업체들이 너도나도 '큰 화면'이라는 대세에 올라타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실용성은 갤럭시 노트5, 디자인은 엣지 플러스

대화면 스마트폰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갤럭시 노트5와 S6 엣지 플러스 모델을 선보였다. 두 모델 모두 5.7인치의 큰 화면을 무기로 내세웠다.

삼성은 이날 경쟁사 애플의 '안방'에서 애플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내용을 여러 번 소개했다. 예를 들어 S6 엣지 플러스와 애플 아이폰6 사진을 화면에 나란히 띄우고 크기를 비교하기도 했다. 5.7인치 화면인 엣지 플러스의 가로 길이가 5.5인치 화면의 아이폰6 플러스보다 2㎜ 짧아 한 손으로 쓰기 편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PC 간 데이터 공유 기능인 '사이드싱크'를 소개하면서 "맥(Mac·애플 PC)과도 연동된다"고 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나왔다. 애플 PC를 쓰는 사람이 아이폰 대신 노트5나 엣지 플러스를 써도 파일 등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엣지 플러스는 노트5와 달리 전자 펜이 빠졌다. 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은 "엣지 플러스에 펜을 넣으면 실용성·스타일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제품이 두꺼워져 디자인을 희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펜을 이용한 기능성을 내세워 온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펜 없이도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은 이날 오후부터 뉴욕 중심가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 두 제품 사진과 함께 'PRE-ORDER NOW(지금 예약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오는 광고를 시작했다.

점점 큰 화면 선호하는 소비자들

중국 샤오미도 같은 날 '레드미 노트2'라는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16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노트5와 엣지 플러스를 겨냥한 '전략폰'으로 인식되고 있다. 화면 크기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핵심 부품의 사양도 삼성전자 제품에 근접하면서 가격은 15만~18만원 정도로 낮춰 중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딱 맞췄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는 애플이 화면 크기 5.5인치인 아이폰6 플러스의 후속작을 내놓고, 중국 화웨이도 화면 크기 6인치의 '메이트8'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화면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대화면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는 세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 중 대화면(5인치 이상) 제품의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2%에서 올해는 47%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특히 북미 시장은 이 비중이 같은 기간 59%에서 70%로 늘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이 큰 화면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부진도 또 하나의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5의 부진과 올해 갤럭시S6 엣지 제품의 수요 예측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 역시 2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신제품 및 중국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최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는 잘되지만 여전히 '짝퉁폰' 이미지를 벗지 못해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애플·중국 업체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