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표 대결을 벌였다 패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6일 삼성물산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엘리엇 측은 이날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보유 지분 7.12% 중 주식매수청구 대상이 되는 지분(4.95%)의 대부분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면,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은 2%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이미 전세(戰勢)가 기운 상황에서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이 '출구 전략' 실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이번에 매수 청구한 지분은 올 2~5월 5만5000∼6만3000원 선에 사들인 것이다. 이 시기 평균 매입 가격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5만7234원)보다 높아, 되팔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매각 대금은 4426억원이다.

반면,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합병 무효 소송을 포함한 법적인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