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는 공항패션이 아닌 휴대전화 케이스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검정 반바지에 흰색 셔츠를 입은 수지의 손에는 화려한 색감의 꽃무늬 휴대전화가 들려있었다.

휴대전화 케이스 소재와 디자인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 수지의 휴대전화 케이스가 화제를 모은 것은 디자인 원작자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가수 수지가 사용한 케이스 디자인의 원작자 심달연 할머니는 지난 2010년 작고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8명, 이 중에서 48명이 생존해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작품으로 소품을 만드는 마리몬드 신혜현 디자이너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故 심달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디자인한 압화 작품은 스마트폰 케이스로 재탄생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디자인한 스마트폰 케이스는 언제부터 제작했나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디자인으로 만든 휴대전화 케이스는 2013년 8월에 출시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즌별로 새로운 디자인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디자인한 휴대전화 케이스의 이름이 따로 있나요?

“미쓰에이 수지가 사용해 유명해진 스마트폰 케이스는 심달연 할머니가 디자인한 것으로 이름은 ‘병화’입니다. 같은 패턴으로 노랑, 보라, 민트 버전이 있습니다.”

-심달연 할머니가 디자인한 제품 외에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디자인한 제품도 있나요?

"심달연 할머니와 김순악 할머니 두분의 압화 작품이 있습니다. 지금은 심달연 할머니와 김순악 할머니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디자인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께서 원예심리치료 수업을 들으시며 '압화'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압화는 직접 꽃을 눌러서 말려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패턴으로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그 패턴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에 적용하여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마리몬드는 할머니를 인권운동가, 예술가로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께서 인권운동가, 예술가로 활동하셨던 모습들을 많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스마트폰 케이스

-마리몬드가 판매하고 있는 소품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콜라보를 한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 뿐인가요?

"할머니의 압화 작품을 마리몬드가 재해석하여 패턴으로 디자인하고, 그 패턴을 여러 제품에 적용합니다. 따라서 폰케이스, 텀블러, 노트, 앨범, 티셔츠, 가방 등 여러 제품에 마리몬드의 패턴이 적용돼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의 협업은 어떻게 기획된 것인가요?

“윤홍조 대표가 대학교를 다닐 때 인액스(enactus)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인액터스는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체로 이곳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처음 뵜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마치며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껴 ‘희움더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희움더클래식'은 2014년 3월에 '마리몬드'로 이름을 바뀌게 됩니다.”

-마리몬드의 뜻은 무엇인가요?

“마리몬드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와 새로운 생명과 부활,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고흐의 그림 ‘꽃 피는 아몬드 나무’의 아몬드가 만나 탄생한 이름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못다 핀 꽃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리몬드라는 이름에는 그 꽃이 늦게나마 활짝 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여려 보이지만 못다 핀 꽃을 피어나게 하는 힘을 가진 나비처럼, 마리몬드는 존귀함의 회복을 위한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제품에서 나온 수익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기부하셨나요?

“2년 동안 누적매출 7억원 가운데 1억2천여만원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기부했습니다. 기부금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사업인 '나비기금', 역사관 건립 기금 지원, 할머니 생활 복지 기금, 캠페인 경비 지원 등의 목적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