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시계 등의 일상 용품을 담보로 인터넷에서 여러 명에게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일종의 '온라인 전당포'로 볼 수 있지만 1명이 아니라 여럿에게서 조금씩 돈을 빌린다는 점이 일반 전당포와 다르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최근 아들의 유치원비 60만원이 급히 필요했다. 캐피털이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려 했더니 연 30%에 가까운 이자가 부담이 됐다. 이씨는 '키핑펀딩'(키펀)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연 16% 금리, 6개월 뒤 일시 상환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작년에 큰마음 먹고 산 2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키펀에 담보로 맡기고, 키펀에 등록된 투자자 6명에게 10만원씩을 빌린 것이다. 투자자 6명은 이씨가 키펀에 내는 16%의 이자 중 8%를 가져가고, 나머지 8%는 키펀이 운영비로 쓴다. 여러 명이 돈을 조금씩 나눠서 빌려주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외부에서 따로 돈을 조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자가 일반 전당포나 2금융권에 비해 훨씬 낮다. 이씨가 만약 돈을 갚지 못하면 키펀이 가방을 팔아서 투자 원금을 돌려준다.

인터넷에는 현재 키펀과 같은 사이트가 1~2개 더 있는데, 노트북·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담보 물건들이 올라와 돈 빌려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대출 희망 금액은 100만원 미만의 소액이 대부분이며,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연 8~12%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주로 직장인들이다. 투자 금액이 10만원 미만의 소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부나 대학생도 큰 부담 없이 자투리 수익을 내기 위해 돈을 빌려준다. 키펀 장보영 대표는 "대출 평균 금리는 연 16~24%로 지난 1년간 사용자가 5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이군희 교수는 "일부 저축은행·대부업체들의 일괄적인 고금리 적용에 대한 거부감과 신용등급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 방식이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