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올 2분기에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휴대전화 가입비 폐지, 통신요금 할인폭 확대 등 영업환경이 좋지 않았는데도 짭짤한 이득을 본 셈이다.

KT는 2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한 5조4313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적자에서 올해는 368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루 먼저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좋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매출이 4.1% 줄었음에도 2분기 영업이익(192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96.3% 증가했다. SK텔레콤도 지난 4월 퇴직자들에게 지급한 1100억원의 일회성 인건비(특별퇴직수당)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체적인 외형은 줄었지만 데이터 요금 수입 증가, 마케팅 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내실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평균 요금(ARPU)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SK텔레콤의 ARPU는 3만6601원, LG유플러스 3만6173원, KT 3만4879원으로 1년 전보다 일제히 1.5~3.7%씩 증가했다.

데이터 소비가 늘어난 것도 통신사들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LG유플러스가 월평균 4.2기가바이트(GB)로 가장 많았다. SK텔레콤과 KT도 가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1분기보다 10%가량 늘었다.

통신사들은 '집토끼'(기존 가입자)도 잘 지켰다. 이 통신사, 저 통신사를 옮겨다니는 '번호이동' 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말이다. 덕분에 통신사들은 휴대전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도 수백억원씩 줄일 수 있었고 그만큼 이익이 늘었다. 특히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올 2분기 '가입자 해지율'은 2003년 이후 최저인 1.3%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 같은 실적에도 몸을 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또 '요금 인하' 압박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익이 어느 정도 나야 5세대 이동통신(5G) 등 차세대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