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국적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걸친 복잡한 가계도와 지분구조가 재조명되면서 롯데가 사실상 일본그룹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을 사용한 것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도 일본글로 써 있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명 히로유키과 신동빈 회장의 일본명 아키오라는 이름이 분쟁과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사실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는 일본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미쓰비시상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10년을 근무했다.

신동빈 회장은 형과 같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서른이 되던 1985년 일본인 부인과 결혼했다.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 건설 부회장의 차녀인 마나미씨다. 이들 형제의 자녀들도 모두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한국 토착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이 사업을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성공해서 모국인 한국에 투자해 지금의 롯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사업 규모도 롯데가 일본롯데보다 20배 이상 커 일본기업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기업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의 국적도 한국 단일 국적으로 정리한 상태다. 신동주·신동빈 형제 두 사람은 한때 이중국적자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무리가 없는 상태다.

그룹은 그간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종 행사를 진행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호국보은의 달 할인 행사를 진했으며, 롯데호텔도 일본 자위대 60주년 행사장 제공을 취소하기도 했다.

롯데 계열사 한 관계자는 “그간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신동빈 회장의 일본 이름까지 공개되면서, 노력이 한방에 날아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누가봐도 일본기업이라고 말한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지분을 일본 소재의 일본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인 롯데가 한국에서 사업시 자국기업인 척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의 국적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라며 “한국 사업이 더 크다고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