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후계 승계 구도에서 조석래 회장의 3남 조현상 부사장의 행보가 부쩍 넓어지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은 최근 대외 행사에서 잇달아 효성가(家)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효성 경영에도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효성(004800)은 30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의 육군 레드스톤 병기창에서 6·25 전쟁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미 육군 대장인 데니스 비아 물자사령부(AMC) 사령관, 빌 홀츠크로 앨라배마주의회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효성은 이날 행사를 주관한 효성나눔봉사단 단장 자격으로 조현상 부사장의 발언을 발표했다. 또 조 부사장이 지난 2010년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룩셈부르크 참전용사들을 초청하는 등 관련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은 이날 행사를 맡은 효성 미국 법인(효성USA)이 조현상 부사장이 산업자재PG(퍼포먼스그룹)장으로 담당하는 타이어코드와 자동차용 카펫 및 원사 등을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상 부사장이 참석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그의 대외 활동 및 기업 경영 활동을 홍보한 내용이었던 셈이다.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 간담회에 효성에는 조현상 부사장(둘째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참석했다.

조현상 부사장은 청와대 주최 행사에 효성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개최한 ‘창조경제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효성은 “조현상 부사장이 전북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을 의전했던 경험이 있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초청해 문화·체육 분야 지원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때도 그룹 대표로 나섰다.

이에 비해 장남 조현준 사장이 올해 효성 대표 자격으로 대외 행사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한일경제인회의가 유일하다. 당시 조 사장은 일본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효성이 맡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소개했다.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해 3월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본격적으로 그룹을 대표해 대외 행사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조현상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의 모습이다.

조현상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대외 행보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다. 효성은 조현상 부사장이 나눔봉사단장 자격으로 봉사활동한 것을 공개하면서 그의 대외 행보를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룩셈부르크 왕세자와 경제부 장관을 단독으로 만나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룹 대표 자격으로 손님들을 맞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전력업체인 SSEM, 펌프 공급업체 자밀과 전력기자재 및 펌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조직개편을 주도하는 등 경영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존 타이어보강재 퍼포먼스유닛의 섬유영업팀 외에 테크니컬마케팅팀을 신설하는 등 기술중심 영업조직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효성 내에서 조현상 부사장의 역할이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폴리케톤, 탄소섬유 등은 조현상 부사장이 맡고 있는 산업자재PG가 담당한다”며 “자연스럽게 그의 ‘업적’이 부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효성은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량을 연1만4000톤로 늘릴 계획이다. 폴리케톤도 하반기 상업 생산에 나선다. 조현준 사장이 맡은 스판덱스 사업에 비교할 만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조현상 부사장이 맡게 되는 셈이다.

장남 조현준 사장을 둘러싼 송사(訟事)가 길어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된다. 현재 조현준 사장은 조석래 회장과 함께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특별사면이 거론되는 올해 광복절까지 재판이 종결되어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낮다. 이 밖에도 검찰은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고발한 사건에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횡렴, 배임 혐의에 대해서 지난 5월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수부의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조현준 사장과 관련된 재판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조현준 사장 대신 조현상 부사장이 그룹 대표 자격으로 대외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게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3남 조현상 부사장(왼쪽부터)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사장은 현재 효성 지분 11.17%와 10.74%를 각각 갖고 있다.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난 2013년 보유 지분 7.18%를 전량 처분한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효성 지분을 매입해왔다. 조현준 사장 지분이 0.43%포인트 많긴 하지만 조석래 회장(10.15%), 어머니 송광자 경운박물관장(0.60%)를 고려하면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