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안 발의 2년여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크라우드펀딩 법안은 오는 10월 금융위원회가 시행령을 마련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벤처기업이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십시일반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 발행(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다. 사업 방식에 따라 지분투자형(온라인상에서 투자자들이 기업 지분을 투자), 대출형(개인끼리 이자율을 제시하고 대출), 기부·보상형(기업 프로젝트 등에 기부하거나 투자 후 물품으로 보상) 등 3가지로 나뉜다. 제도권 금융사나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받기 어려운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 주로 이용하며 목표액과 모금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일정 기간에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모금이 취소된다. 투자받은 벤처기업이 인수합병이나 상장, 사업 프로젝트에서 돈을 벌면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영국에서 2005년에 처음 나왔다.

현재 국내에는 30여개의 크라우드펀딩업체가 있다. 모집 금액이 2012년 약 50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늘었다. 신생·벤처 기업들은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업체가 중개하는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연간 7억원까지 투자받을 수 있게 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 간담회에서 “크라우드펀딩은 집단지성을 활용한 대표적인 핀테크(Fintech) 선도 사례로서 자본시장 분야의 금융혁신과 경쟁을 유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법, 벤처 펀딩∙투자 쉽게 만들어

개정안은 벤처기업이 더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만들었다. 먼저 크라우드펀딩 중개를 담당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자 기준을 자본금 3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크라우드펀딩 가능 기업군도 예상보다 확대됐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기업과 일부 업종(금융∙보험업∙골프장∙도박)을 제외한 창업 7년 이하의 중소기업은 크라우드펀딩을 할 수 있다. 창업 7년 초과 기업이어도 신기술개발, 문화사업 등 프로젝트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다. 사업계획·설비요건도 완화된다. 일례로 사업계획에서 수지전망 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의 항목은 제외하고, 인적물적설비 요건에서는 필수적으로 고용해야할 직무종사자 요건 등이 배제된다.

1년간 7억원까지 펀딩할 수 있지만, 구체 한도를 산정할 때 금융회사벤처투자펀드신기술금융회사전문엔젤투자자개인투자조합 등 전문투자자가 1년 간 전매제한 조치를 취한 가액은 제외하고 추가로 그만큼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 기업들의 개발비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할 경우 7억원이 부족하다는 현장민원을 수용한 결과다. 대주주 요건,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은 투자자문업자, 투자일임업자 등록 요건과 유사하게 설정된다.

투자한도 제한을 면제받는 금융회사의 범위도 늘어났다. 기존 금융회사 외에 전문성·위험감수능력을 갖춘 벤처투자펀드와 신기술금융회사, 전문엔젤투자자들도 투자한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일반 투자자는 기업당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등 소득요건을 갖춘 투자자는 기업당 1000만원, 연간 총 2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다. 49인 이하의 투자인원 제한 규제도 철폐됐다.

전매 제한 규정도 일부 완화됐다. 일반 투자자가 스타트업 등 증권 발행인, 전문투자자에게 1년 이내라도 주식을 팔 수 있다. 원래 1년간 전매 제한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으나 시행령상 예외 조건을 삽입했다. 증권발행인과 전문투자자들은 투자 회사의 리스크(위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분을 매매할 능력이 된다고 본 것이다. 발행인, 전문투자자끼리 1년 내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이 일반인에게 파는 것은 금지된다.

◆ 크라우드펀딩으로 자본과 평판을 동시에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면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이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이 공급한 투자금 중 70% 가량은 창업 3년 이상 기업에 공급되고, 창업 1~2년 기업에 공급된 자금은 전체의 30% 선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금(업체당 평균 대출액 5000만~1억원 선)에 많이 의존해온 실정이다.

여기에 기업평판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스쿨)의 아닌다 고스 교수는 “크라우드펀딩은 관심을 유도하고, 입소문을 만들어 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펀딩 기간을 길게 잡아야 소비자들의 관심도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고스 교수는 지적했다.

반대로 크라우드펀딩에서 실패하면 그만큼 낙인효과도 커진다. 크라우드펀딩에선 큰 돈을 모을 수 없으므로 다음 단계에선 벤처캐피탈의 투자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만약 크라우드펀딩 단계에서 사업이 어그러지면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기회를 아예 놓칠 수 있다. 고든 버치 미네소타 주립대 교수는 “크라우드펀딩에서 기업이 공개적으로 실패하면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사형 선고’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 투자 실패에 대한 가능성 염두에 둬야

크라우드펀딩 투자 실패의 가능성은 적지 않다. 크라우드펀딩을 받은 업체 중 상당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제품을 생산해도 납기를 지키지 못한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경영∙공급망 등에 대한 몰이해로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는 것이다.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본을 조달한 기업 중 제품 납기를 어긴 기업은 75%가 넘는다. 이 중 8개월 이상 제품 납기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이번 개정안엔 일반 투자자보호 장치를 담았다. 투자 시점부터 일반 투자자 간의 지분 매각을 1년간 제한하고, 투자받는 벤처기업 대주주의 지분 매각도 1년간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가 (일반) 투자자를 유인하고 보유한 물량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빠지는 '먹튀'를 예방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청약증거금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했다.

한편, 대출형 P2P(Peer to Peer∙개인 간)업체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향후 숙제로 남았다. P2P 대출의 사업 모델은 개인 간 직접 대출중계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미국의 렌딩클럽 등이 유명하다. 크라우드펀딩 리서치 기관인 매솔루션(Massolution)에 따르면 2014년 세계에서 이뤄진 크라우드펀딩 중 대출형은 85.6%를 차지했다. 지분투자형 8.5%, 직접대출과 지분투자형을 섞은 혼합형 대출 3.8%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통과한 법안은 지분투자형이다.

물론 개인 간 대출은 증권을 발행하지 않으므로 위험이 더 크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 한국보다 활성화된 중국의 경우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14년 중국의 전체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10%는 연체됐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으며 2000여개의 대출중개업자 중 250개 중개업자가 채무불이행으로 폐업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 보호 등의 장치를 잘 갖춘 후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채무자가 제공한 신용등급 등 투자정보에 문제가 있을 경우 대출중개업자에게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