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분양시장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중소형 아파트에 집중된 뒤로 아파트 공급이 중소형에 집중되면서 중소형 과잉공급에 따른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했다.

◆ 너무 내놨나?…쌓이는 중소형 피로도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29일까지 전국 분양물량 25만2019가구 가운데 전용 85㎡이하 물량은 23만4624가구로 무려 93%에 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전국 미분양 물량을 보면 올해 5월부터 2개월 연속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는데, 바로 최근 미분양의 ‘주범’이 중소형 아파트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4월 2만8093가구였지만, 5월과 6월 각각 2만8142가구와 3만4068가구로 늘어났다. 이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월 말 66.97%(1만8815가구)에서 5월과 6월 각각 67.98%(1만9133가구), 75.57%(2만5748가구)로 증가했다.

올 6월 충남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17개 시도별로 4월과 6월을 비교하면 서울과 대구, 울산, 세종, 전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중소형 미분양이 늘어난 가운데, 지방(4509가구 증가)이 수도권(2424가구 증가)보다 증가 했다. 전국에서 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경기에서 2286가구가 늘었고, 충남(866가구 증가)과 강원(759가구 증가), 경북(671가구 증가), 경남(659가구 증가)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 너무 올렸나?…수요따라 올라간 분양가 부메랑으로

수요만 믿고 야금야금 올린 분양가도 최근 시장이 중소형을 다시 보게 만든 원인이다. 면적이 중대형보다 작아도 중소형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꽤 늘었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전용 85㎡이하가 949만원, 85㎡초과가 1082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133만원에 불과하다. 3년 전 각각 798만원, 1039만원을 기록해 분양가 차이가 241만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최근 중소형 면적의 분양가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결국 높아진 분양가는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진다.

5월에 분양한 경남 거제시 ‘거제 2차 아이파크’는 6월 말 기준 총 1279가구 중 40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는데, 모두 전용 85㎡ 이하 중소형 면적이다. 유일한 중대형 면적인 전용 103.95㎡A의 3.3㎡당 분양가는 831만원대인 반면 84.90㎡B는 828만원대, 73.90㎡B는 830만원대다.

경북 구미시 ‘구미 우미린 센트럴파크’ 역시 6월 말 기준으로 총 1558가구 중 663가구가 주인을 못 찾았다. 이 단지는 모두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됐는데, 특히 59.95㎡의 전체 공급물량(742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340가구가 분양되지 못했다. 84.95㎡의 3.3㎡당 분양가가 723만원대인 반면 59.95㎡의 분양가는 740만원대로 책정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분양가가 오르고 있고, 면적이 작을수록 더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수요자들이 청약에는 참여해도 계약할 때 주저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건설사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분양가 책정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