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과 30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는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적자를 모면했습니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은 2조7600억원으로 기대했던 3조원에 훨씬 못미쳤지요.

업체들은 하나같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탓합니다. 단통법 때문에 내수 시장이 위축됐고, 실적이 악화됐다는 논리지요. 팬택이 부도위기에 처한 원인을 단통법에서 찾기도 합니다. 단통법은 정녕 유죄(有罪)일까요.

만약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독 국내 시장에서만 고전하고 있다면 단통법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의 고가 스마트폰 구매 심리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니 말이죠. 그러나 최근 국산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고가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 샤오미에 밀리고 있는 것이죠.

국산 스마트폰은 ‘넛 크랙커(nut cracker⋅호두깎이)’ 사이에 낀 호두 같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분기 세계 5대 스마트폰 업체 중 삼성전자만 출하량(7320만대, 점유율 21.7%)이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3위 휴대폰 제조회사 팬택이 부도위기에 몰린 이유를 모두 단통법에 갖다 씌우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팬택은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1년, 1차 워크아웃 해제 이후 6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3월에는 이미 2차 워크아웃에 돌입할 정도로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단통법이 없다고 가정해도 자금난을 겪고 있던 팬택이 고가의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애플, 삼성전자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을까요?

일각에서는 단통법 때문에 고가 스마트폰의 구매금액이 높아져 시장이 얼어 붙었다고 토로합니다. 보조금 지원금 상한선이 33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싸게 팔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휴대전화 가격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뺀 금액이 실제 구매가격입니다. 구매가격이 높다면 지원금을 늘리거나 출고가를 낮추면 됩니다. 그런데 제조사들은 출고가를 낮추는 데에는 인색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단통법의 입법취지는 간단합니다. 지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서 누구나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받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구매 정보가 부족한 계층이 ‘호갱(호구+고객)’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게 목표입니다.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법 시행 이후 33.9%에서 9.5%로 크게 감소했고, 소비자가 최초 가입할 때 선택하는 요금의 평균 수준도 4만5155원에서 3만7899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법은 사회적 합의의 상징입니다. 일부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법 개정입니다. 사업상 눈앞의 유·불리를 따져 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단통법은 죄가 없습니다. 단통법을 활용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고 호갱을 방지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