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들은 주거래은행이나 주거래 통장(가장 많이 쓰는 수시입출식 통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월급, 통신비, 공과금 등 주거래계좌와 연결된 각종 자동 출금이체를 다른 계좌로 바꾸려면 일일이 직접 변경해야 해 무척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0월부터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각종 자동이체를 간편하게 옮길 수 있게 된다. 계좌이동제란 기존 주거래 은행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에 연결돼 있던 각종 이체 항목을 자동으로 일괄 이전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200조원 이상의 결제성 예금을 둘러싼 ‘통장 전쟁’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10월부터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 사이트(www.payinfo.or.kr)를 통해 거래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자동이체 항목을 모두 옮길 수 있게 된다. 은행 창구를 통한 변경 신청은 2016년 1월부터 가능하다. 시행 초기엔 카드·보험·통신사 등 대형 회사들의 자동이체 항목이 우선 적용된다. 2016년 6월까지 자동이체 내역을 바꿀 수 있는 기관이 전체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단, 기존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옮기려면 통장 가입자가 직접 새 통장에 돈을 이체해야 한다.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 사이트 초기화면

은행권에서는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226조원 규모의 은행권 수시입출금식 계좌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설문에 따르면 은행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51%가 다른 은행의 서비스와 예·적금 금리가 유리하다면 낫다면 주거래은행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13년 9월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제도 도입 1년 반 만에 약 175만건의 계좌이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에는 열을 올려왔지만 기존 고객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소액 예금자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존 주거래고객을 지키는 동시에 경쟁 은행의 주거래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 다양한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 면제, 신용대출 금리 인하, 카드 포인트, 예금 이자 우대 등 주거래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은행 수익성엔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소비자의 권리와 편리성을 높이고 은행 입장에서도 우량 단골 고객을 단단히 붙들어 맬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