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 신동빈 회장 측은 29일 "한·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다른 지분을 끌어와도 주주총회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확보했다는 지분 중 상당 부분은 소유 지분이 아니라 일본 내 우호 지분이어서 '불안한 우위'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오랫동안 일본 롯데를 경영하면서 일본 일부 계열사 지분 보유에서는 오히려 신 회장을 약간 앞서는 신 전 부회장 측이 반격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50%이상 지분 확보"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한국 롯데그룹은 지난 28일 발표한 자료에서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외에 주주총회를 해도 표 대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구순(九旬) 잔치에서 신 총괄회장과 가족이 함께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큰며느리 조은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 두 번째 아내 시게미쓰 하쓰코,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씨다.

본지 취재 결과 두 형제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약 19%로 서로 비슷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개인회사로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는 27.65%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임직원이 보유한 우리사주 12%가 있다. 우리사주는 신 총괄회장이 2007년 일본 롯데홀딩스를 설립할 당시 임직원들에게 준 주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으나 나중에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는 설이 그룹 내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지분 약 22%는 일본 롯데의 다른 계열사 등이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익 재단인 일본 롯데재단이 2013년에 작성한 재산 목록에 따르면 롯데재단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9727주를 갖고 있다. 롯데홀딩스를 제외한 일본 롯데 계열사는 모두 36개이다. 이 중 일부가 롯데재단처럼 롯데홀딩스 주식을 소량씩 나눠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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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사주를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 임직원과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롯데그룹 측의 주장이다. 한국 롯데를 일본 롯데의 20배 이상으로 키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보유 지분에 우리사주 그리고 나머지 지분을 더하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법적 대응 준비하나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확보하고 있는 우리사주 등 우호 지분은 상황에 따라 마음이 바뀔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의향도 작용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신동빈 회장과 비슷하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어느 한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28일 저녁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임원 10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분쟁과 관련, "거버넌스(경영 체제)가 건전하게 형성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경영 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아직 지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간 대결은 앞으로 있을 주주총회에서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됐지만, 이 회사 정관에는 명예회장이라는 직책이 없어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주주총회 날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27~28일에 있었던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퇴진 과정을 법적으로 문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당장은 경영권을 승계한 신동빈 회장이 우위에 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도 롯데그룹 지배 구조 핵심에 있는 회사들에 대한 지분이 많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