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수행원 없이 직접 롯데백화점 등을 돌아볼 정도로 건강했던 신 총괄회장은 2013년 말 숙소에서 고관절 골절상을 당하고 수술을 한 뒤에는 이전 같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에 두 번씩 계열사 대표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지금은 하루에 한 번씩 받고 있다. 2012년까지 한 달은 일본에서, 한 달은 한국에서 경영을 챙기던 ‘셔틀 경영’도 이미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총괄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게 통설이었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은 지난 5월에도 예정도 없이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해 롯데월드몰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롯데타워 79층에 올라가 공사 현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어 최근 재개장한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에도 방문해 재개장 이후 문제점을 살폈다고 한다.

당시 롯데측이 언론에 배포한 사진을 보면 신 총괄회장이 다소 야윈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서 공사 담당임원으로 보고를 받고 있긴 하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또 임원들에게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고 지시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롯데그룹에서 흘러나오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이전과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소위 말해 깜빡 깜빡하거나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해 임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한 롯데계열사 대표는 “신 총괄회장이 보고를 받으며 자꾸 같은 말을 묻는다든지 이전 지시와 다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10시쯤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에도 그리 건강한 모습은 아니었다. 직원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은 신 총괄회장은 이번 사태에 관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전혀 답변을 하지 않고 눈만 껌뻑이며 승용차에 올랐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가 된 것도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보름도 안 지나 이를 뒤집기 위해 장남을 따라 일본에 갔다. 27일 당일에도 신 총괄회장은 이사진을 해임하는 지시를 일본 롯데홀딩스 관계자들에게 내린 뒤, 1시간 뒤엔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