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열 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

법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법과 원칙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은 과거 권력으로부터 많은 위협을 받아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 많은 노력과 희생이 뒤따랐다. 그런데 최근 법과 원칙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다. 바로 자신의 이익만을 관철시키려는 ‘악성 민원’이다.

악성민원의 사례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동안 재판부에 법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고, 자신에게 잘못이 있어 불리한 판결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승복하지 않고 판결을 한 재판부에 대하여 뇌물을 먹었다느니, 상대방 변호사와 짰다느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반대로 무고를 한 자가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추궁을 당하거나 수사 결과 자신에게 불리한 결론에 이를 경우 편파수사를 했다며 수사당국을 비난하고, 확성기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법원이나 검찰에서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못하면 그 사건의 상대방 당사자나 상대방 변호사에게 온갖 협박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결과를 자신을 도와 준 사람이나 자신의 변호사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칼끝을 돌리기도 한다. 또한, 각종 영업을 하는 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불법 현수막을 내걸어 영업을 방해하고, 이로써 자신의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려 하거나 부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행위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언론기관에 접근하여 자신의 잘못은 모두 감추고 상대방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처럼 제보하여 온갖 언론매체를 통하여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악성민원에 대한 처벌규정은 여러 법률에 분포되어 있으나 그 처벌 강도가 약하여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선량한 국민들은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신용훼손죄(형법 제313조),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각종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를 통한 명예훼손 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형법 제70조) 등이 있다. 그러나 위 법률을 근거로 처벌하는 경우 대부분 벌금형 정도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처벌이 약한 틈을 타 악성민원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민원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법과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은 어떠한 민원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을 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관철시키려고 하거나 법적 절차를 도외시 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가치 있는 권리를 보다 강력하게 보호하고, 자유의 탈을 쓴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묵묵히 법과 원칙을 지키는 대다수 국민들의 진정한 자유를 지키지 못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