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경제권을 모두 넘겨주고 자신은 월 용돈 10여만원으로만 생활하다가 병원도 가지 못했다면 이혼 사유가 될까.

직업군인 A(29)씨는 결혼 후 월평균 200만원을 아내 B(30)씨에게 모두 가져다줬다. 자신은 한 달에 10여만원으로만 생활했고, 돈이 부족해지면 건설 현장서 일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주부인 아내 B씨는 A씨와 그의 가족 일엔 무관심했다. A씨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을 B씨는 알았지만, A씨가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례 등을 잘 치렀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군인인 A씨가 폭설로 비상이 걸려 퇴근하지 못하고 다음 날 귀가했을 때 B씨는 '몸이 아픈데도 혼자 있게 했다'며 친정으로 가버렸다.

B씨가 친정으로 간 며칠 후 A씨는 갑작스러운 구토 증상을 느껴, B씨에게 병원비 10만원을 송금하라고 연락했다. 그러나 B씨는 돈을 보내지 않았고, 화가 난 A씨는 휴대전화로 "이혼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이혼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잘못 때문에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이은애)는 "B씨는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도 A씨와 A씨 가족에 대해 인색하게 구는 등 배려가 부족했고,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A씨가 '배우자에게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