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종이 식권을 모바일 앱으로 대체한 '식권대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벤디스(VENDYS). 조정호(30) 대표가 지난해 1월 창업한 기업(스타트업)이다. 3년 넘게 편의점 도시락과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창업에 몰두해온 그에게 지난 2월 ㈜본엔젤스파트너스 등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7억원의 투자금은 마른 가뭄의 단비처럼 달았다. 그는 "그동안 직원 5명이 가까스로 서비스를 개발·운영해 오다가 투자를 받은 뒤 직원을 19명으로 늘렸고 서비스도 개편해 4개에 불과했던 고객사를 유명 대기업을 포함, 25개로 늘렸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직원은 모두 20·30대다. 창업 1년밖에 되지 않은 기업에 이뤄진 벤처 투자가 최소 14명의 청년 일자리로 이어진 것이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20명, 30명은 물론이고 100명 이상 추가 고용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종이 식권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식권대장’서비스를 운영하는 벤디스의 조정호(뒷줄 오른쪽에서 셋째) 대표가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 직원들과 함께 모였다. 조 대표는 올해 2월 벤처투자사로부터 7억원의 투자를 받고 14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고용과 성장 모두 정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벤처 창업'과 '투자'라는 쌍두마차가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IT 벤처 업종을 중심으로 젊은 창업가들의 창업이 줄을 잇고 있고, 그 뒤를 벤처 투자가 받쳐주면서 고용과 투자, 내수 확대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벤처 창업과 투자, 한국 경제의 새 희망

최근 창업의 온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 강남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전문 육성 공간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역삼동의 '디캠프(D.CAMP)'와 인근에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구글이 설립한 대치동 '구글 캠퍼스' 등에는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 벤처 투자자들을 위한 교류·강연·상담 행사가 하루에 수십여개씩 열리고 있다.

이미 300여개 가까운 스타트업들이 지난해부터 이 기관들과 그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투자한 'TIPS(팁스) 창업타운'이 문을 열면서 4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새로 입주했다. 내년까지 160여개가 더 이곳에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지난해 대비 38% 증가하면서 2000년 이후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고 있는 벤처 투자는 활발한 창업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벤처 투자의 총액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신규 투자를 받는 창업 초기 기업의 수도 지난해 193개에서 올해 252개로 48%나 늘어났다. 벤처 투자를 하는 투자조합의 수 역시 2013년 402개에서 지난해 447개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0개가 새로 생겼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통계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활발한 벤처 창업과 투자가 서로 긍정적 효과를 주고받으면서 일자리와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고용과 성장이 모두 벽에 부딪힌 세계 주요 국가들이 비슷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4~6월) 전 세계 벤처 투자액은 191억9000만달러(약 22조원)로 지난해 대비 24% 늘면서 미국의 'IT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4분기의 197억2000만달러에 바싹 다가갔다.

"청년이 청년을 고용한다"

청년 창업은 더 가속할 전망이다. 대학가에도 창업 강좌와 창업 동아리 활동이 붐을 이루고, 대학생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운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창업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각 대학의 창업 동아리 수는 총 4070개로 2012년 대비 3.3배가 됐고, 회원 수도 3만8762명으로 2.2배가 됐다. 또 한양대 등 22개 대학이 올해 학부 과정에 '창업학과'를 도입하는가 하면, 서울대 등 301개 학교에서 3524개의 창업 관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창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창업은 청년의 고용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청 김형영 창업벤처국장은 "기존 기업 대비 창업 5년 미만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훨씬 많고, 특히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는 것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통계를 통해 확인된다"면서 "벤처 창업과 투자는 일자리 정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