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실질주주증명서를 지난 24일 예탁결제원에 반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실질주주증명서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 요구, 이사·감사의 해임 청구 등 권리를 행사할 때 필요한 증명서다. 엘리엇도 이 증명서를 발급받아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명부와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하고,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소송 등을 제기했었다.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중에는 주주 자격이 유지돼야 하므로 이 증명서가 발급돼 있는 동안에는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엘리엇의 주주증명서 반납은 여러 가지 설(說)을 낳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엘리엇이 패배를 인정하고 주식을 팔고 떠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아르헨티나·페루·콩고 정부 등 채무 위기에 직면한 나라를 상대로 집요한 법정 소송을 벌여 승소한 엘리엇의 전력(前歷)에 비춰보면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평균 매수 단가는 최소 6만원으로 추정되는데, 27일 현재 주가는 이보다 낮은 5만7900원이라 손해만 보게 된다.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행사 가격이 5만7234원이어서 역시 손해다. 다른 속셈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엘리엇이 패배에 대비, 이미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주 전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7만5000~8만원으로 올랐을 때 엘리엇이 주식 공매도와 선물매도로 이미 이익을 확정해뒀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매도나 선물매도는 사전에 정한 낮은 가격에 미리 주식을 팔아놓고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증명서 반납만으로는 엘리엇의 의도를 추측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주주증명서는 발급 사유와 기간이 명시돼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면 반납하는 것이 통례"라면서 "필요할 때 다시 발급받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노코멘트"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