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논설주간

청년실업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 수치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7~8% 선을 유지하던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5개월 연속 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실업률(4.1%)에 비추어 특정 세대에 실업인력이 과도하게 몰려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실업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수년 전 부터 인지되어 온 사회 공통의 해묵은 과제다. 저성장, 고령화, 과잉교육 등 배경 요인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느 한 가지를 해결한다고 해서 갑자기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정부에서 수 차례 고용대책을 발표하고,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

고용대책의 핵심은 결국 기업들이 실제 일할만할 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 할당된 숫자를 꿰맞추기 위해 단기 일용직 수치를 부풀려 발표하는 식으로는 기대 난망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대표기업들은 실제 얼마나 많은 채용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굴지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전체 종업원 수는 지난해말 현재 31만9208명이다. 2008년 16만1700명에서 6년 사이 15만7508명 순증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국내에서 늘어난 종업원 수는 1만492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만2586명은 해외에서 늘어난 인력이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3만1478명의 인력이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인력 순증분은 8752명이고, 2만2726명은 해외에서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종업원 수 (단위 ; 명)

(자료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현대자동차 종업원 수 (단위 ; 명)

(자료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해외 채용이 늘어난 것은 기업의 글로벌 전략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다. 핸드폰이나 중저가 자동차를 주력상품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는게 합당한 사업전략인 것도 맞다. 다만 같은 기간 국내 채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수치로만 본다면 6년 동안 1만4922명과 8752명의 인력을 국내에서 늘린 것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양대 회사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충분한 수치라고 평가받기엔 미흡하다.

글로벌 기업이면서 자국의 고용규모를 늘린 사례는 없는지 뒤져봤다. 독일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종업원수는 2009년 36만8500명에서 2013년 57만2800명으로 4년 사이 20만4300명 증가했다. 특이한 것은 이 기간 중 유럽지역 종업원 수가 15만명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다.(독일 기업은 국가가 아닌 지역별로 종업원수를 공표한다.) 폭스바겐의 생산공장 상당수가 독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증가 인력의 절반 이상이 독일에서 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벤츠 등을 생산하는 다임러그룹의 종업원 수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2012년 27만5057명에서 2014년 27만9972명으로 4천여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유럽 지역 종업원 수가 전체의 73%인 2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벤츠의 유럽 생산거점 대다수가 독일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자국 인력 채용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 지구촌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기업 폭스바겐과 벤츠의 자국 인력 채용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기업과 상품구조가 다르고, 경영 여건이 판이하다는 점에서 동일 잣대로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자국 경제에 기여하는 폭도 증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수치다.

독일 업체들은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세워도 고가 제품은 반드시 독일 공장에서 생산하고,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독일내 연구시설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핵심기술을 자국 숙련공에게 전수하고,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외 생산망을 늘린다 하더라도 국내 고용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미국에서도 청년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공동 프로젝트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스타벅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육훈련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구체적인 채용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아무리 나서도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미국은 대기업들이 먼저 나서 일자리 창출 연합군을 결성했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야말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못하면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회 공헌한다는 마음으로 대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후선 기업들도 따라 움직인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 채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독일 기업들에게 배울 점이 아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