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센터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 총수 17명, 그리고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모두 모인 청와대 간담회에서 재계를 대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대선 공약인 창조경제를 구현할 혁신센터 운용에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기업 총수들 역시 일제히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각 그룹 총수들은 자신들이 계획한 투자 보따리를 꺼내 놓느라 바빴습니다.

이날 간담회를 보며 기자는 6개월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올 1월 창조경제혁신센터 기획 취재를 위해 대구를 찾았습니다. 1호 혁신센터라 할 수 있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지원하고 있는 대구 센터는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의 혁신센터 중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기도 합니다.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내려 택시를 잡아 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대구 3공단에 먼저 들렀습니다. 세워진지 50년된 3공단은 대구 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입니다. 면적이 167만제곱미터(약 50만평)에 업체수만 2500여개, 일하는 직원수만 1만3000명에 달합니다. 대구의 산업기반을 떠받치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곳이지요.

동대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혁신센터를 뒤로 하고 3공단을 먼저 가본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에 들어선다는 혁신센터, 그것도 대구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삼성이 지원에 나섰다는데 대해 대구 기업인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공단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오래돼 낡은 공장 건물들 만큼이나 지쳐 보였습니다. 일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무덤덤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삼성이 돈 안되는 일에 투자하는 것 봤느냐”, “정부가 하라고 하니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구 혁신센터가 잘되는 것과 자신들이 잘되는 것은 별개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 창조경제라는 슬로건 역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합니다. 역대 정부에서 그랬듯, 선거 때 생겨났다가 선거 이후, 또는 정권 교체 이후 사라진 정책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대구 기업인들의 생각도 이러한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다행이라 느낀 것은, 혁신센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지역 경제와의 상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구 혁신센터에서 만난 김선일 센터장은 “대구를 한국의 새너제이(美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로 만드는게 꿈”이라며 “인근 공단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성공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경제 없이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없다는 건 너무 중요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겠지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사람많고 돈많은 서울이 아닌, 전국 방방곡곡에 나눠져 들어서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겁니다.

대구가 정말 한국의 새너제이가 되는 날, 대구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더이상 필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지역의 혁신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단순히 벤처 기업 몇 곳 지원하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실적을 보여주는 생색용이 되어선 안됩니다. 대한민국 지역경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