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프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뉴노멀(new normal)’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중국에서 지금과 같은 속도와 규모의 인프라 투자는 재현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중앙아시아 등 중국 이외의 유라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릴 때입니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이용핑 자문역(사진)은 '유라시아포럼 서울 2015'의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뒤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현재 유라시아 인프라 시장에 투자되는 금액은 실제 투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는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이 자문역은 “유라시아 지역의 에너지 분야에서만 매년 4000억달러가 필요하지만 실제 투자 금액은 4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 설립되더라도 당장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66년 설립된 ADB는 한국 중국 일본 아세안 등 67개 회원국을 거느린 아시아 지역 최대의 국제금융기구다. 아시아 지역 내 개발도상국에 대한 금융 지원이 주요 목표이며 도로 철도나 발전소 등 매년 20조원이 넘는 자금을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자이 자문역은 “한국과 같은 고도 기술을 갖춘 나라는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관료나 기업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상호 호혜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국은 유라시아 지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DB 입장에서는 인프라 투자를 진행할 땐 한국 기업들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고 이를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기 보다는 가능한 현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최선”이라며 “수입 자재 대금을 지불할 땐 달러화를 써야 하겠지만 현지 사업을 운영할 때 필요한 자금은 현지 통화로 조달하고 수익도 현지 통화로 받기로 하면 위험 요인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이 자문역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ADB에 대응해 중국이 AIIB를 설립한 것이 ADB의 역할과 중복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ADB와 AIIB의 가장 이상적인 역할은 유라시아 내 부족한 자금 수요를 함께 메워나가는 것”이라며 “15년 넘게 아시아지역에서 인프라 투자를 집행해온 ADB는 AIIB에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