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주소가 @korea.kr로 바뀐 뒤에 명함을 건넸더니 '정말 공무원 맞냐'고 물어보더군요.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하는 겁니다."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관련 업무를 하는 A과장은 일 때문에 만난 외부 인사에게 초면에 해명부터 해야 했습니다. 상대방은 A과장의 명함에 적힌 메일주소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공직자들 메일은 일반인들하고 좀 다르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납득을 하긴 했지만, A과장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요즘 공무원들에게 이런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부터 공무원들의 부처별 메일 주소(기재부는 @mosf.go.kr)에서 @korea.kr로 바뀌면서 생긴 해프닝입니다. 그동안 정부 각 부처는 메일 서버를 따로 관리했는데, 이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하는 공직자 통합 메일로 서버를 옮기면서 메일 주소도 바뀌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메일 주소에 정부기관임을 의미하는 go가 빠지면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는 메일 주소에 go(government의 약자), or(organization의 약자) 등을 넣어 해당 기관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신흥국의 공무원들이 go가 빠진 일반 메일주소를 알려줄 때면 이 사람이 공무원인지 사기꾼인지 의심이 갔는데 지금 내가 그렇게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라고 푸념했습니다.

잘 쓰던 기재부 메일을 왜 공직자 통합 메일로 바꾼 것일까요. 사실 공직자 통합 메일 시스템은 지난 2008년 처음으로 구축됐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별로 보안 규정이 달라 일부 부처는 사용하고 일부는 자체 메일 서버를 쓰고 있었죠. 통합 메일 사용이 강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통합 시스템이 있는데도 부처별로 메일 서버를 따로 관리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각 부처에 통합 메일을 활용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난해에는 3억원의 예산을 들여 통합 메일을 모바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대외 신뢰도가 떨어진 것 외에 통합 메일을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통합 메일에 접속하려면 공무원 인증을 해야 하는데 외부 메일을 사용할 때보다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출장 중에 급하게 문서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합 메일은 접속에 시간이 걸려 불편하다"면서 "외부 메일을 써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답답함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바로톡 앱 접속 화면

공무원 전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바로톡도 비슷하게 공무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난해 1억6300만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출장 중에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외부 SNS를 사용해 문서를 주고 받으면서 유출될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안을 강화한 공무원 전용 SNS를 만든 겁니다.

그런데 바로톡은 아이폰에서는 설치가 안됩니다. 정부에서 원하는 보안 기능을 아이폰용 앱에 똑같이 적용하기가 어려워서 일단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행자부에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추가 보안 수단이 없는 아이폰에 바로톡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보다 접속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설치를 하면 휴대폰의 다른 기능 속도가 느려지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불편사항이 많이 접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무원에게 무조건 바로톡을 쓰라는 것은 아니며 불편사항을 충분히 듣고 앱 업그레이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