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욕을 먹더라도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리더입니다.”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 20일 한화 임원들 앞에 섰다. “오랜 만에 양복을 입으니 살이 빠져서 배가 홀쭉하다”고 입을 연 김 감독은 1시간 40분 동안 리더와 리더십,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특강에는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과 금춘수 경영기획실 사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6월말 한화 가족이 된 김철교 한화테크윈 사장과 한화탈레스,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 빅딜 4개사 대표이사와 임원 90여명도 함께했다.

김성근 감독은 “직원에게 1%의 희박한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며, 부모의 마음으로 직원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리더의 자세”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세상에서는 자신에게 ‘비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실제 김 감독은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공을 쳐주는 것)를 할 때도 선수의 최대치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에 맞춘다고 했다. 그 폭을 점차 넓혀가면서 스스로 한계를 없애게끔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계를 넘어버리면 먼저 포기하기 때문이다.

정(情)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본인도 정에 약하지만, 그래서는 사람도 조직도 만들어 낼 수 없고, 비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강하게 하고 있다는 속내를 비쳤다.

한화의 새로운 도약의 실마리를 소개하면서, 김감독은 오키나와 훈련캠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원래 연습경기 중에는 우리팀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고 상대팀의 전력을 탐색하는데, 그날 어떤 팀과 연습경기 중 패색이 짙어 선수들 어깨가 축 쳐져 있어 긴급하게 ‘이기자’는 작전지시를 내렸고, 드디어 8회에 역전했다”면서 “이를 통해 선수들에게 ‘하면 이길수 있다’라는 승부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심어주었고 오늘 한화 이글스의 모습을 만든 계기가 되게 아닌가 싶다”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올해 선수단 미팅을 3번 했다고 소개했다. 첫번째는 울산에서 롯데와의 경기인데 만원 관중이었고, 패배한 뒤였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오늘 만원 관중이 울산분들인줄 아느냐? 대전에서 오신분들도 상당하다. 팬을 위해서 정신차려라. 야구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프로선수로서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두 번째는 첫 5연패 후 미팅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는 일체 야단을 치지 않고 선수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그 뒤 하루 종일 연습에 매진해 연패를 끊고 다시 승리를 시작했다”며 “때론 야단보다 격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단치면 거리가 멀어지고, 신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리더십에서 중요한 하나는 감독이 ‘준비과정’과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는 누가 일일이 따지지 않기에 허술하게 할 수 있지만 결국 결과가 말을 해준다”면서 “리더가 준비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서 부하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리더로서의 준비 자세와 결과가 나쁠 때 책임은 고스란히 리더가 지는 것이지 부하들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라”고 자리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하니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니깐 강한 것이라”며 “리더가 바람(역경)을 피하면 그 바람은 아랫사람과 조직에 향한다”며 결국 리더가 앞장서 맞서고 피하지 않는 자세로 이겨내야하며 이 같은 리더의 인내심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끝날 때 즉 조직에서 언젠가 나올 때 남겨둔 일 없이 깨끗하고 미련없이 할 수 있도록 있는 동안에 전력투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리더의 바른 자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