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에 들어서자 왼쪽 편으로 어른 키 3배쯤 되는 펜스에 둘러싸인 대형 공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펜스 너머로 지상 6~7층 높이에서 멈춘 콘크리트 구조물만 솟아 있었다. 입구엔 '파크원 신축 공사 현장'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파크원은 서울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4만6000㎡)를 99년간 빌려 지상 72층과 56층 오피스 빌딩 2개 동(棟)과 30층 비즈니스호텔, 쇼핑몰 등을 짓는 사업이다. 국제 금융 허브를 목표로 2007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2010년 소송에 발목이 잡혀 중단된 채 5년째 도심 속 흉물(凶物)이 됐다.

2010년 10월 이후 5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돼‘도심 속 흉물’이 된 서울 여의도‘파크원’현장. 현재 공정률 25%로 지상 6~7층까지 골조(骨組)가 올라간 상태다.

그러던 '파크원 프로젝트'가 재시동을 걸고 있다. 시행사인 Y22디벨롭먼트가 최근 자금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나서고 시공사(삼성물산)와 공사 재개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진영 Y22디벨롭먼트 상무는 "법적 걸림돌은 해소됐다"며 "내년 초쯤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발목 잡혀 5년 중단

파크원은 IFC빌딩과 함께 여의도 스카이라인을 바꿀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았다. 파크원은 최고 72층(333m), IFC는 최고 55층(284m)으로 둘 다 63빌딩(249m)보다 높게 설계됐다. 정부와 서울시도 두 곳에 다국적 금융기관 입주를 성사시켜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프로젝트의 운명은 엇갈렸다. IFC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어려움을 뚫고 2012년 말 오피스 3개동·호텔·쇼핑몰을 완공했지만 파크원은 땅 주인인 통일교재단이 2010년 10월 갑자기 계약 무효를 선언하며 소송을 내는 바람에 좌초(坐礁)됐다. 통일교재단은 Y22가 자금 조달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맥쿼리컨소시엄에 오피스 빌딩을 1개동씩 선(先)매각했는데 이를 문제 삼아 "땅을 빌려서 사업하는 Y22가 땅 주인 동의 없이 오피스 빌딩을 파는 것은 계약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Y22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4년여에 걸친 소송은 끝이 났지만 그 사이 돈줄이 끊겨버려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현재 파크원 공정률은 25%. 지하 1층 바닥 슬라브 공사가 끝났고 지상은 6~7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상태다.

◇사업비 급증…매각 가능성도

Y22 측은 최근 2조3000억원 이상의 PF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연기금·보험사 등 금융권과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토지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파이낸싱에 큰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 재개를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측은 "현장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당장 공사를 재개해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 재개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할 전망이다. PF 규모가 커 20~30개 금융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주단 구성에만 3~4개월쯤 걸린다. 공사비 급증도 문제다. 삼성물산은 당초 1조4000억원 선이던 공사비를 자재값 인상 등을 감안해 2000억~3000억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사 인력 확보, 장비와 자재를 들여오는 데에도 반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 초 공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완공 시기도 2020년 상반기로 2년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

파크원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Y22 측은 안 팔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은 PF 조건으로 건물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기업 등 일부 외국 자본이 매입 의사를 보인다는 얘기도 나돈다. 빌딩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에 빈 사무실이 많기는 하지만 상징성과 입지가 좋은 만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