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철강으로 부실업종 넓어져…구조조정대상 신용공여 작년의 2배 7.1조
금융당국, 구조조정전문회사 통한 산업구조조정 속도낼듯

금융감독원이 강도높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35개 대기업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및 법정관리(회생절차)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 리스트에는 앞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STS반도체, 포스코플랜텍이 포함됐다.

건설이나 조선·해운업종에 국한됐던 부실 대기업은 전 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휴대폰이나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과 철강업종 등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어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17일 금감원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중 572개 세부평가대상업체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3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기업이 16개사,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 19개사였다.

35개 기업에는 앞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STS반도체, 포스코플랜텍이 포함됐다. 두 기업은 지난 6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현재 실사 중에 있다.

C등급, D등급이 나온다고 반드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실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선정 기업들에 해당 구조조정 절차를 밟도록 주문할 계획이다.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신규여신 중단,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의 사후관리가 실시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해까지는 선정 기업이 대부분 취약업종인 건설이나 조선업종 내 기업이었으나 올 들어서는 전자, 철강 업종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철강업종 중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대기업은 1개사였으나 올해 8개사로 늘어났다. 지난해 한곳도 없었던 전자업종도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7개사가 선정됐다. 반면 건설은 21개사에서 13개사로 줄었고, 조선업체도 3개사에서 2개사로 감소했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35개사는 2014년에 비해 1개사가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권에 따르면 대기업 중에서도 비교적 덩치가 큰 대형사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액(대출)만 해도 지난해는 3조5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7조1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더 큰 기업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구조조정대상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재무구조나 수익성이 취약한 업체를 17곳 추가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기업들은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해 자체 자구계획을 수립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업은 휴대폰, 디스플레이 부문의 업황 부진, 철강은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격화 등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조조정대상 기업들이 빠른 경영정상화 및 정리가 가능하도록 수시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종 내 대기업이 많이 포함되고 있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부실화되는 업종을 선별해 선제 대응함으로써 부실이 타 업종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소요액은 약 1조원으로 예상됐다.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전체 신용공여액 7조1000억원 중 업권별 비중은 은행이 6조5000억원, 보험이 2600억원, 여전사가 800억원, 저축은행이 400억원, 증권이 200억원 등이다.

한편 금융위는 연내 출범할 구조조정전문회사를 통해 신속한 구조조정 및 산업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구조조정전문회사가 해당 부실채권을 사들여 경영 및 구조조정을 맡고, 이후 재매각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구조조정전문회사는 여러 회사를 사들인 뒤 통폐합하는 역할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