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 금융공학 전문가 이지혜 대표…수수료도 2%포인트 낮아
연말 정식 상품 출시…미국∙중국∙유럽 등 해외 진출도 추진

우리나라 최초로 핀테크(Fintech) 자산운용사가 등장한다. 지급결제 차원에서만 활용돼 온 핀테크가 자산운용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국내 첫 사례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세계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 핀테크 자산운용사로 이름을 올릴 곳은 '에임(AIM∙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getaim.co)'이다. 에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알고리즘(연산 규칙)을 이용한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 상품은 9월중 선보인다. 정부 허가를 거쳐 정식 상품은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

에임의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는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로 개인들이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투자하도록 돕는 게 기본 골격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자산, 연봉, 미래 목표(노후준비∙내집마련∙자녀교육 등)를 선택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목표와 위험 수용도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국내주식∙해외주식∙원자재 등의 투자 비율을 산출하고 2500개의 ETF(상장지수펀드) 중 비용은 낮고, 수익성과 유동성이 좋은 ETF를 각 부문마다 한 개씩 골라준다.

🔺AIM의 자산배분 결과 휴대폰 시험 화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컴퓨터가 24시간 시장 상황을 점검해서 ETF의 적정가격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과정을 대신 수행해준다. 펀드 성과 측정의 기준이 되는 리퍼(Lipper)지수 고안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투자 고수들의 자문도 정기적으로 알고리즘에 반영된다.

컴퓨터가 투자자문을 해주면서 수수료가 확 떨어진다. 에임은 현행 2.6%(판매수수료 1%∙판매보수1%∙운용보수0.6%) 정도인 수수료·보수를 0.3~0.5%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자문은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란 이름으로 활성화돼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해 기존 금융사의 대안으로 부각됐다. 미국 월가의 베터먼트(Betterment)와 실리콘밸리의 웰스프런트(Wealthfront)는 각각 25억달러(약 3조원)를 운용할 정도로 컸다. 미국엔 이들을 포함 10여개의 로보어드바이저사들이 운영 중이다.

에임은 한국과 함께 미국∙유럽∙중국∙인도 진출도 추진한다. 현재 미국∙유럽∙한국에서 한 곳씩의 엔젤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필요한 만큼 자금을 투자해 주겠다는 곳도 있다.

비대면 계좌개설, 해외펀드 면세, 자본금 기준 완화 등 규제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우리나라 자산운용업계 지형을 다양하게 만들어줄 회사”라며 “행정 서비스를 불편없이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에임의 이지혜 대표는 미국 헤지펀드 등에서 근무한 금융공학 전문가다. 한영외고를 중퇴하고 미국 공학 명문 쿠퍼유니온을 졸업한 뒤 씨티그룹에서 퀀트(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 수치만 이용하는 계량분석 금융기법) 애널리스트로 2 년을 근무했다. 보스턴 소재 퀀트 헤지펀드 아카디안에서 트레이더로 5년 근무하며 하버드 대학에서 계량경제학, 뉴욕대 MBA 과정을 마쳤다. 미국 톱 레벨 퀀트펀드엔 한국인이 드문 편이다. 투자자문 알고리즘도 이 대표가 월가의 전문가와 함께 직접 설계했다. 2013년 귀국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벤처투자사인 더벤처스 파트너 등을 지냈다.

🔺에임의 이지혜 대표가 경기도 판교 핀테크지원센터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핀테크 창업가들에게 회계∙법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 금융위가 설립했다/이덕훈 기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국 유명 장외거래업체 세컨마켓의 트레이딩 플랫폼을 만든 송은우씨다. 그는 온라인광고 데이터 분석회사인 탭애드에서 빅데이터 분석가로도 활동했다.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유민재씨는 홍대 건축과 출신으로 IBM 디지털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며 삼성의 글로벌 웹사이트 출시를 도왔다.

이 대표는 “수억달러를 보유한 기관이나 자산가들은 매주 자산 재배분 서비스를 받지만 개인들은 시장이 급락하고 패닉을 경험한 뒤 자산을 파는 안타까운 현실이다”며 “저비용으로 훌륭한 자문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