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각) 삼성과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한국에서 반(反)유대주의적인 편견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리엇에 비판적인 일부 국내 언론이 엘리엇을 미국 금융산업 내 유대인 세력의 하나로 지목하는 등 반유대주의적인 색채가 강하게 일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편협한 이들의 방어 논리(The Bigot Defense)-가장 오래된 편견이 미국인 자본을 공격하는 데 다시 등장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한 인터넷 매체에 게재된 ‘미국 금융투자업계의 합병에 대한 반대는 유대인 자본 간 일종의 연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비슷한 주제가 여러 한국 언론사를 통해 울려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대계 자본은 과거부터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다는 악명을 떨쳤다’는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편협한 시각으로 엘리엇이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며 “실상 엘리엇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변해 꼴볼견스러운(ugliest) 합병 조건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반유대주의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인류가 가진 가장 어두운 수수께끼 같은 측면”이라며 “아르헨티나와 한국의 경우처럼 자본주의, 재산권, 자유에 대한 증오와 함께 분출이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목한 칼럼은 이달 5일 한 인터넷 매채에 ‘탐욕의 유대계 자본 엘리엇과 ISS…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꼭 성사돼야’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해당 칼럼 내용은 지난 9일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즈오브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큰 IT기업을 둘러싼 싸움이 반유대주의로 전환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용 보도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인터넷 매체는 해당 칼럼을 비공개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