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김모(63·서울 송파구)씨는 지난 7일 저녁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대행(代行) 위임장을 써 달라는 삼성물산 직원의 방문을 받았다. 김씨는 "위임장을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며 돌려보내려 했지만, 이 직원은 "얼마 걸리지 않으니 직접 받아가면 안 되겠느냐"고 간곡히 요청했다. 김씨는 "오죽 급하면 찾아왔을까 싶어 합병 찬성 위임장을 작성해 줬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삼성물산과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의 지분 24%를 보유한 10만여 명의 소액주주를 상대로 '맨투맨 총력전'에 나섰다. 소액주주들이 이번 합병의 캐스팅보트(최종결정권)를 사실상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이달 6일부터 팀별로 담당 소액주주를 배정받아 의결권 위임 권유 활동을 시작했다. 또 9일 자료를 통해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중 21개사(95%)가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엘리엇도 이날 삼성물산 전체 주주를 상대로 "지금은 합병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 합병에 반대해 달라"는 공개 서신을 발송하고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 작업을 하고 있다. 막바지 소액주주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양측 모두 우호 지분 확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이다.

임시 주총 참석률을 70% 정도로 가정했을 때 삼성이 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전체 지분의 47% 이상을 끌어모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KCC국민연금,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모두 받더라도 최대 42% 정도이다. 따라서 최소 5% 이상 최대 11% 이상의 소액주주 지분을 얻어야 삼성은 이번 주총에서 이길 수 있다.

반대로 엘리엇이 소액주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다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양측 모두 '1주'가 아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