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 지음ㅣ미래의 창ㅣ280쪽ㅣ1만4000원

고등어와 주식. 언뜻 보기에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제목으로 뽑은 이유는 뭘까. 여기에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녹아있다.

고등어와 주식은 둘 다 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런 점에서 공통의 상품이다. 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고등어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런 실물이나 원자재의 시장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주식시장과는 다르다.

2013년 1월 300g짜리 고등어 한 마리는 960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2500원으로 두 배 반 이상 뛰었다. 2013년에는 1만3906톤이나 잡혔던 고등어가 이듬해 4104톤으로 70% 이상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냉정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다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누군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이라도 사면 주가는 올라간다. 그렇게 해서 101만원이 됐다고 치자. 한데 주식시장에는 투자 외에 투기 거래도 존재한다. 투자자의 눈에는 그게 그것 같다. 주가가 오르면 일단 뭔가 자신이 모르는 호재가 있어서일 거라고 본다.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늦기 전에 올라타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다시 사자 주문을 낸다. 수요 증가 때문에 가격이 이번에는 102만원으로 오른다. 이런 식으로 부양된 가격이 모두의 눈에 불합리해 보일 때까지 이 과정은 지속될 수 있다. 자본시장은 이런 식으로 실물과는 상관없이도 냉탕과 온탕을 무의미하게 오락가락한다.

애덤 스미스 이래로 경제학의 철칙처럼 굳어진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주식시장에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여러 금융상품의 탄생과 금융시장의 원리를 하나하나 살핀다.

가령, 컴퓨터가 알아서 주식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봇’이 있다. 이것은 그냥 번쩍거리는 대형 컴퓨터처럼 보이지만 능력은 무시무시하다. 이 로봇들은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거래 주문을 내고 또 취소한다. 이런 거래를 주도하는 회사들은 통상적인 금융회사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미 국내에도 이들의 로봇들이 들어와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잘 알려진 투자은행들도 이 분야에서는 제대로 힘을 못 쓴다.

2013년에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 통화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디지털 거래에 대한 욕구의 반영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중앙은행에 의한 발권과 통화 체제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주체라도 국가의 통화 주권을 침범하려 할 때에는 철퇴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가격이 폭락하거나, 어느 순간 급작스런 사고로 되팔 수 없게 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투자자들의 일화도 소개한다.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한 잭 마이어는 2005년까지 15년간 연 14.3%라는 탁월한 누적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버드대 기금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됐다. 문제가 생겼다. 마이어의 팀은 발생한 수익의 10% 정도를 보너스로 받기를 원했다. 헤지펀드가 보통 수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받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10% 성과급은 그다지 큰 욕심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학교 구성원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장사꾼’은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잭 마이어는 2005년 30여명의 인력들과 함께 하버드관리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렸다. 2013년 하버드대 기금은 327억달러로 2008년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빙 피셔는 예일대 최초의 경제학 박사 학위 취득자였다. 예일대 정치경제학 교수가 되어 경제 분야를 수학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에 앞장섰고 경제 전문가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한평생 위세를 떨칠 것 같던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한 후였다. 갖고 있던 주식이 모조리 휴짓조각이 된 것. 당시 대공황 직전에 미국의 주식시장이 말도 안 되게 올라 있다는 지적이 간간이 나왔다. 하지만 피셔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에 도취한 탓인지 미국의 주식시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1947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웃음거리로 전락한 한물간 늙은이로 수십년을 살아야 했다.

다양한 주제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쓴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자본시장은 결코 자율적이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손이란 하나의 허상일 뿐이다.”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된 사례들이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