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요즘 나 사장은 회사 실적이 좋은데도 고민이 많다. 회사가 커감에 따라 조직 여기저기를 정비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조직 구성원이 모두 열정을 갖고 우리 회사만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 좋은 문화를 만들어 왔는데 섣불리 새로운 시스템, 프로세스를 도입하다 오히려 좋은 장점들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특히 인사 시스템은 회사 운영의 핵심인데….' 외부 전문가한테 자문한다 해도 잘 실행될지 걱정이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를 반영한 성과 평가 지표를 직원들 스스로 만들게 하면 어떨까? 스스로 만들면 더 잘 지키지 않을까? 사람은 원래 스스로 만든 것에 애착이 크고, 더 잘 지키려 노력하잖아. 그런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해결책

성과 평가 지표는 조직원들의 업무 수행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전체 조직의 목표를 좀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를테면 성적표인데, 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국어·영어·수학처럼 시험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지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 직원들을 참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교육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 준다. 이른바 '마중물 지식'을 투입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과 평가'에 대한 기본 지식을 교육해야 한다. "평가에서는 열심히 했다는 것보다 열심히 해서 이루어낸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활동은 동사로 쓰고, 결과는 명사로 표기해야 합니다. 칼로 무를 자르는 것에 비유하면 활동은 '칼질'이고, 결과는 '잘라진 무'가 됩니다." 결과 지표는 셀 수 있는 단위로 정량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상은 팔린 개수, 판매관리비는 비용, 고객 관리는 고객 만족도 등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기업의 핵심 가치이다. 기업의 핵심 가치를 막연히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성과 평가에 연결해야 비로소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촉발' 다음은 '융합'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원들이 실제 '평가 지표'를 만들게 한다. 각자 이해한 정도를 융합하고, 다양한 관점을 묶어 '우리 팀은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를 리더들부터 논의하게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리더들이 해당 기업의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무에서 적용할 부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단 지성을 활용한 그룹 작업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을 위한 최적의 창조적 솔루션을 도출해 내기 쉬워진다.

리더들이 만든 성과 평가 지표를 바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평가받는 다른 직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교육 및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심하게 부딪치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노이즈를 통해 성과 지표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덧붙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결정된 성과 지표를 직원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면 된다. '논쟁은 터놓고 하지만, 일단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는 지침을 사전에 분명히 못 박고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만든 성과 평가 지표가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평가 기준을 우리 스스로 만든다는 그 기본만 합의해 놓고 매년 업그레이드해 나가면 된다.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을 우리 스스로 만든다' '내가 만들고 내가 실행한다' 이 두 가지가 스스로 만든 성과 평가 지표가 발휘하는 장점이자 힘이다.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지식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지식을 찾아 우리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이것이 기업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